진짜 정말 이상해서 내가 자꾸 말하는데, 오늘따라 내 기억력 상태가 아주 좋아. 건강한 젊은이의 심장처럼 펄떡펄떡 뛰는 내 머리통은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어. 그런데 무슨 소린지 다는 이해가 안가. 이해한다 한들 기억 못하는 날도 있고 오늘처럼 기억은 하지만 이해가 안 가는 날도 있는 거겠지 뭐. 나는 그냥, 태어난 나와 죽을 나, 맞닿은 두 지점 사이에 접혀 들어가 삭제된 시간 속에 있는 거야. 과거의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내가 미래에 대해 무슨 약속을 했건 그건 잘 모르고 한 개소리야. 내가 살아보지도 않은 시간을 어떻게 알고 그랬겠어. 모르니까 무서웠던 거지. 그 알지도 못하는 것 때문에 도대체 난 인생을 얼마나 허비한 거냐. (p.46, <품위 있는 삶, 110세 보험>)

동창들은 이제 그에게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졌던 흔적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며 그 모든 것이 다 자기들 탓이라고 징징거렸다. 그들은 선생님의 인생이 망가졌다는 의미로 말한 것 같았는데, 난 내 인생이 망가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인생도 망가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인생이란 것이 누군가에 의해 그렇게 쉽게 망쳐지도록 생겨먹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것을 그들에게 이야기해줘봐야 이해하지 못 할 것 같아 그만두었다. (p.84, <어제의 일들>)

오랫동안 지옥을 헤매던 나에게 의문이 생겼다. 내가 행복한 삶을 살았더라면 이런 것이 과연 지옥이 되었을까? 생전에 경험했던 행복을 다시 경험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에는 다른 이름이 붙을 것이다. 내가 삶인 줄 알고 살았던 그것이 지옥이었고, 지금은 사라지지 않는 그 시간들을 나는 그저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p.116, <지옥의 형태>)

"(...) 나도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게 없어요. 하지만 이 모든 게 당신 때문에 일어난 일은 아닐 거예요. 미안해요." (p.190, <엔터 샌드맨>)

"지나간 것에 미련을 두지마. 그 시간을 통과해서 난 이만큼 와 있는 거야. 그만큼 나는 변했고 모든 것의 의미는 달라졌어. (...)" (p.222, <꾸꾸루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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