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은 설득하는 사람의 권위보다 설득당하는 사람의 형편과 의지에 더 의존한다. 말하는 사람이 효과적인 말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효과적인 말로 듣기 때문에, 그 경우에만 설득이 일어난다. 심지어 스스로 결정한 것을 추인받거나 이미 한 선택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의, 권위를 가진 목소리를 설득하는 자로 불러오기도 한다. (p.48)

도착하려는 의지는 시곗바늘에게 없다. 그런 게 있다면 어딘가에 멈춰 설 것이다. 걷는 자의 다리에도 이 의지는 없다.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뒤로 걷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앞을 향해 걷는다. 그런데 앞은 언제나 앞에 있다. 앞으로 가도 앞은 앞에 가 있다. 앞은 점령되지 않는다. 앞에 도착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걷는 사람의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멈출 수 없다. 땅을 밟고 떼는 두 다리에 의해 무엇인가가 밀려난다. 그뿐이다. 그러면 그때 밀려난 만큼 다가오는 것이 있다. 우리가 걸어서 거기에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걸으면, 걸은 만큼 거기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우리가 두 다리로 부단히 걸어 그 시간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부단한 걸음에 의해 그 시간이 우리에게 오는 것이다. 여섯 시간을 걸었다. 나는 오늘 여섯 시간만큼 나를 밀어낸 것이다.(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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