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나를 위하여, 여느 때와는 다르게 기도하는 것을 나는 느꼈고, 제대로 된 고해에의 욕구를 나는 자주 타는 듯 느꼈다. 그러면서 또한 내가 아버지에게도 어머니에게도 모든 것을 바로 말하고 설명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먼저 느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 일을 다정하게 받아들이고 나를 몹시 아껴주며 실로 유감스러워하리라는 것을, 그러나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리라는 것을.
아직 열한 살도 안 된 아이가 그렇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할 사람들도 더러 있을 줄 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내 일을 이야기하지 않겠다. 인간을 보다 잘 아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겠다. 자신의 감정들의 한 부분을 생각 속에서 수정하기를 익힌 어른은, 어린아이에게도 나타나는 이런 생각을 잘못 측정하고, 이런 체험들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인생에서 그 당시처럼 깊게 체험했으며 괴로워했던 때도 드물다.(p.48)

이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유년은 나의 주변에서 폐허가 되었다. 부모님은 어느 정도 당황하여 나를 바라보셨다. 누이들은 아주 낯설어졌다. 익숙한 느낌들과 기쁨들을 나에게서 각성이 일그러뜨리고 퇴색시켰다. 정원은 향기가 없었고, 숲은 마음을 끌지 못했다. 내 주위에서 세계는 낡은 물건들의 떨이판매처럼 서 있었다. 맥없고 매력없이. 책은 종이였고, 음악은 서걱임이었다. 그렇게 어느 가을 나무 주위로 낙엽이 떨어진다. 나무는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비, 태양 혹은 서리가 나무를 흘러내린다. 그리고 나무 속에서는 생명이 천천히 가장 좁은 곳, 가장 내면으로 되들어간다. 나무는 죽는 것은 아니다. 기다리는 것이다. (p.91)

자네가 죽이고 싶어하는 인간은 결코 아무아무개 씨가 아닐세. 그 사람은 분명 하나의 위장에 불과할 뿐이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의 모습 속에, 바로 우리들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 무엇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우리들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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