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뿌리는 바다에 닿고, 바다는 나무를 품는다. 아니, 그 반대다. 나무가 바다를 품고 있다. 나무는 바다보다 크고 넓다. 내 눈앞에는 나무의 길고 깊은 뿌리가 태평양을 헤엄쳐서 브라질이나 인도네시아의 어느 밀림에 닿는 그림이 그려졌다. 나무가 밤마다 한 번씩, 혹은 두 번씩 태평양의 물밑을 오가는지 누가 알겠는가. 나무가 움직이지 않고 한곳에 고정되어 있다는 생각만큼 악의적인 편견도 없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태평양을 건너온 야자나무를 보라. 건너온 나무가 건너가지 못하겠는가. 내 생각은, 나무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 뿐이라는 데로 귀착했다.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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