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는 dd를 만나 자신의 노동이 신성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을 가진 인간이 아름다울 수 있으며,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아름답다고 여길 수 있는 마음으로도 인간은 서글퍼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p.18)
내가 뭔가 아름다운 것을 손에 쥐고 만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낄 때마다 책장에서 한묶음의 종이를••••••• 왠지 모르게 늘 약간 온기가 느껴지는 책 한권을 꺼내 펼쳐드는 데엔 그런 이유가 있다. 내 공간을 책으로 채워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여성/사람이 뭔가를/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말은 옳다. 사람에게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방엔 책의 자리가 있어야 한다.(p.206)
이렇게 가정해볼까. 아버지가 말하는 권위는 곧 힘이고 힘이란 곧 누군가를 공포에 질리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적인 공간에서 누가 들을까 두려워 급하게 자식의 입을 틀어막게 만든 힘, 그는 그런 힘을 경험했고 그것이 힘이라는 것을 알며 힘이란 곧 그게 되었다. 그게 없음을 그는 혐오한다. 누구도 ‘권위 없음‘을 두려워하지는 않으므로 그는 자신의 ‘권위 없음‘상태를 두려워한다. 그가 누군가의 ‘권위 없음‘을 비난할 때 그에게는 그것을 하는 ‘권위‘가 있으므로 그는 힘없음을 힘껏 혐오한다•••••••(p.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