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난실은 여자아이의 머리를 가지런히 해주고, 누나보다 한발 늦게 달려온 남자아이까지 두 아이를 한꺼번에 꼬옥 끌어안았다. 유난실의 얼굴이 어쩐지 슬퍼 보였다. 잃어버릴까 봐 두려운 것을 갖게 된 슬픔. 지나치게 사랑하는 것을 가져버린 슬픔.
- 희망은 원래 재앙이었다. 전쟁, 질병, 살인 등과 같은 상자에 들어 있던 것.
- 밤바람이 불어왔다. 한낮의 기온은 여전히 30도를 넘지만, 밤바람은 조금 시원해진 느낌이다. 낮이 밤으로 변하는 것처럼 여름이 가을로 변하는 것도 특정할 수 없다. 슬금슬금 그렇게 되다가 어느 날 ‘아, 여름이 지나갔구나‘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