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씨가 녹슨 기타를 들고 커튼 뒤에서 걸어나왔다
친구들이여, 녹슨 씨는 일평생 친구가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곤 말을 바꿨다
제군들이여, 그러나 녹슨 씨는 선생도 장군도 아니었다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를 너희들이여, 이곳은 너무 고요해서 소란하고 나는 귀를 잃었소
그러니 나는 당신들의 말을 듣지 못하고
내가 내뱉는 소리마저 듣지 못하오 이렇게 기쁠 데가
녹슨 씨는 청중들 앞에서 그토록 고대하던 생애 첫 연주를 시작했다 <녹슨 씨의 녹슨 기타>부분

한 시절을 생각할 때마다 오래전 잃어버린 문장 하나가 입속에서 맴돈다. 이 거리에서 몇번 굴러야 할지 몰라 두 번만 굴렀다. 앞으로 두 번, 뒤로 두 번. 후회 반성 고쳐 말하기는 오래된 나의 지병. 얼룩이 남는다고 해서 실패한 건 아니다. 한 시절을 훑느라 지문이 다 닳았다. 먼지 같은 사람과 먼지 같은 시간 속에서 먼지 같은 말을 주고받고 먼지같이 지워지다 먼지같이 죽어가겠지. 나는 이 불모의 나날이 마음에 든다. <별 시대의 아움>부분

우리의 대답은 언제나 질문으로 시작해서 질문으로 끝나지. 청춘은 다 고아지. 헛된 비유의 문장들을 이마에 새기지. 어디에도 소용없는 문장들이 쌓여만 가지. 위안 없는 사물들의 이름으로 시간을 견뎌내지.
<발 없는 새>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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