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동시에 당신은 안다. 그해 봄과 같은 순간이 다시 닥쳐온다면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초등학교 때 피구시합에서, 날쌔게 피하기만 하다 결국 혼자 남으면 맞서서 공을 받아안아야 하는 순간이 왔던 것처럼. (p.175)
여덟살 묵었을 때 네가 그랬는디. 난 여름은 싫지만 여름밤이 좋아. 암것도 아닌 그 말이 듣기 좋아서 나는 네가 시인이 될라는가, 속으로 생각했는디. 여름밤 마당 평상에서 느이 아부지하고 삼형제하고 같이 수박을 먹을 적에. 입가에 묻은 끈끈하고 다디단 수박물을 네가 혀로 더듬어 핥을 적에. (p.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