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새로운 싹이
박현민 지음 / 웃는땅콩어린이재단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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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인으로 완성한 생태계의 순환이 인상깊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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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열된 시간이 아닌, 촘촘한 '관계의 순환'

흔히 식물의 일생을 다룬 그림책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시간의 흐름에만 기대기 쉽다. 하지만 『봄이 오면 새로운 싹이』는 과감하게 그 틀을 깨고 생태계 구성원들이 서로를 돌보고 키워내는 '연결성'에 집중한다. 새와 동물이 열매를 먹고 이동하며 씨앗을 퍼뜨리는 여정, 다람쥐가 열매를 땅속에 숨겼다 잊어버려 새싹이 돋아나는 순간, 나비가 꿀을 따다 꽃가루를 옮기는 모든 과정은 자연 속 어떤 생명도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키워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씨앗 하나가 품은 유기적인 생태계의 망이 참으로 거대하고 경이롭다.

그래픽 디자인으로 완성한 독창적인 그림책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림과 글을 그래픽 디자인의 언어로 풀어낸 방식이었다. 페이지마다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가까이에서 한 장씩 들여다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실제로 책을 멀리서 바라보면 낱장의 그림들이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이어지며 훨씬 독특하고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다각도에서, 그리고 거리를 두고 바라볼수록 그림이 품고 있는 이야기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경험은 이 책만의 특별한 매력이다.

색채의 사용 또한 단순하면서도 영리하다. 딱 세 가지 색상만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색을 겹치는 방식으로 진하기와 옅기의 변주를 만들어냈다. 이 절제된 색의 실험은 씨앗이 열매가 되어가는 과정의 연속적인 흐름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동시에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생태계의 모습을 풍성하게 보여준다. 최소한의 색으로 최대한의 이야기를 담아낸 셈이다. 이렇게 그림과 디자인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하나의 서사를 완성해 가는 방식이 이 책을 더욱 이색적이고 특별하게 느껴지게 한다.

저마다 다르게 피어날 미래세대를 향한 다정한 응원

『봄이 오면 새로운 싹이』는 자연의 순환을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순환의 끝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와 앞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미래세대를 향해 아주 깊고 다정한 질문을 던진다.

박현민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봄이 온다고 해서 결코 똑같은 싹이 나지 않는다"는 당연하지만 경이로운 진실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냈다. 책 속의 씨앗들은 매번 반복해서 싹을 틔우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분홍, 초록, 노랑의 각기 다른 색지 위에서 저마다 다른 빛깔의 새싹을 틔워낸다. 같은 색의 잉크를 사용하더라도 바탕이 되는 종이의 색깔에 따라 전혀 다른 색을 보여주는 이 특별한 제작 방식은, 무한히 순환하면서도 매 순간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피어나는 우리 어린이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닮아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가올 앞날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 아니라, 아이들이 저마다의 바탕색 위에서 자신만의 빛깔로 싹을 틔워낼 수 있도록 묵묵히 지켜봐 주는 '믿음과 응원'이다.

단 한 권의 그림책 안에 생태계의 거대한 물리적 순환과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따뜻한 마음의 순환을 모두 담아낸 『봄이 오면 새로운 싹이』. 책장을 덮고 나면 차오르는 든든한 위로와 가슴 벅찬 응원이, 자라나는 아이들과 그 곁을 지키는 어른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마르지 않을 따스한 볕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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