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명품 - 사람이 명품이 되어가는 가장 고귀한 길
임하연 지음 / 블레어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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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명품』— 불안한 시대의 청춘에게 건네는 가장 묵직한 위로이자 도발

임하연 작가의 『인간명품』은 제목만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자기계발서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섬세하고 지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명품을 걸치지 않아도 내가 명품이 될 수 있을까?”라는 가벼운 호기심에서 출발하지만, 책이 풀어내는 세계는 한 개인의 정체성·문화적 자부심·미학적 감각까지 겹겹이 확장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수저의 색깔이 곧 자신”이라 믿으며 불안에 잠식된 한국의 청춘들에게 전혀 다른 해석의 길을 제시한다. 저자가 ‘상속자 정신’이라 이름 붙인 그 철학은 태어날 때 주어진 조건이 아니라, 삶에서 스스로 만들어가는 자산이 우리를 명품으로 만든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빛나고 싶은 욕망’과 ‘불안’ 사이의 간극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책은 럭셔리의 어원이 ‘빛(lux)’이자 ‘과도함(luxus)’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명품을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이 단순한 소비 욕망이 아니라 “빛나고 싶어 하는 불안”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삶을 모티브로 삼되, 저자는 그녀의 우아한 이미지 뒤에 가려진 이방인으로서의 불안과 내적 성장을 깊이 있게 포착한다. 미국 상류사회에서 ‘아일랜드계’라는 이유로 주변부에 머물렀던 재키는, 오히려 프랑스적 교양과 품격을 스스로의 자산으로 키워냈다. 저자는 바로 그 지점에 한국 청춘의 현실을 겹쳐놓는다. 물려받은 조건이 아니라 스스로 구축한 취향, 교양, 이야기야말로 한 사람을 빛나게 한다는 메시지다.


‘상속자 정신’—혈연을 넘어서는 새로운 상속

이 책이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상속을 혈연의 범주에서 해방시키는 대담함이다. 우리는 흔히 부모의 경제력과 배경을 ‘상속’의 전부로 여긴다. 그러나 작가는 “상속은 출발점이 아니라 과정이며, 관계이며, 감각”이라고 말한다. 세상을 확장시키는 스승, 어떤 문장을 새기게 만드는 책, 삶의 방향을 바꾸는 우연한 만남까지도 모두 상속이 된다. 이것은 한국 사회의 뼛속 깊은 수저 계급론에 대한 가장 세련된 반격이다.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상속의 범위는 내가 설정하는 만큼 넓어진다.

이것은 단지 위로가 아니라 매우 실천적인 통찰이 담긴 개념이다. 나를 둘러싼 세계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태도,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가치와 관계를 선택해 삶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능력이야말로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교양이기 때문이다.



책은 소설적 구성을 띠고 있으며 ‘학생’과 ‘상속자’의 대화로 진행된다. 단순한 설명식 에세이가 아니라 하나의 극적 상황이 반복적으로 펼쳐지며 독자는 자연스럽게 질문과 답의 흐름 속으로 이끌린다. 대화 속에서 학생은 불안·박탈감·냉소·비교의 굴레 속에 있는 현실의 청춘을 대표하고, 상속자는 그 감정들을 단번에 지우지 않으면서도 우아하게 방향을 틀어준다. 그 과정은 지적이면서도 서정적이고, 현실적이면서도 잔잔한 위로가 된다.

“태어나면서 명품인 사람은 없다”라는 근본적인 선언

책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바로 이 문장에 집약된다. 명품은 처음부터 완성된 상태로 주어지지 않는다. 시간, 경험, 가치 판단, 습관, 감정의 선택들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작품’을 이루어간다. 청춘이 흔히 느끼는 박탈감—“나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뒤처진 것 아닐까?”—에 대해 책은 정확히 반대의 시선을 제안한다. 명품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선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특히 ‘상속자 정신’은 나의 삶을 예술 작업처럼 바라보는 태도를 요구한다. 내가 보고 듣고 읽고 말하는 모든 것이 나의 심미안과 교양을 구성하며, 그 축적이 결국 나라는 인간을 작품으로 만든다. 이 시선의 변화는 단순한 자기계발을 넘어, 자신을 대하는 방식의 혁신이다.

이 책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 “당신은 어떤 상속자가 되고 싶은가?”

『인간명품』을 덮고 나면 독자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 나는 어떤 관계를 내 삶의 자산으로 삼고 있는가?

  • 어떤 감정과 경험을 나의 문화적 상속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 나는 어떤 방식으로 나 자신을 ‘빛’나게 만들 것인가?

이 책은 명품이라는 단어의 화려함을 빌렸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내면을 가장 정교하게 다루는 책이다. 태어난 조건보다 살아온 이야기가 더 중요해진 시대, 『인간명품』은 청춘에게 가장 우아하면서도 실용적인 철학을 제시한다. ‘명품’이 되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은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언어와 취향 속에서, 그리고 우리가 누구를 사랑하고 어떻게 견디는지에 달려 있다.

『인간명품』은 불안과 비교가 일상이 된 시대에, 청춘이 스스로의 가치를 다시 세우게 하는 단단한 기반이 되는 책이다. 화려함을 말하지만 그 본질은 깊은 품격에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명품을 갖고 싶어 하는 청춘보다, 명품이 되고 싶은 청춘에게 더 잘 닿는다.


*이 글은 문화충전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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