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은 이미 고착화되어 있다. 그 분단이 전쟁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 시대의 이성이다. 남북 상호 승인과 평화협정 체결이 없는 어떤 종류의 공동 성명이나 선언도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그것은 그저 국면적인 긴장 완화에 기여했을 뿐이다. 그래서 역으로 '한반도 이국론'을 남과 북이 모두 인정하고 한반도 평화 체제를 조성하는 일이야말로 남북통일의 전제 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규범 논거로서 '한반도 이국론'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관계를 국제법적으로 정상화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정상화가 평화에 기여한다면 당연히 통일에도 기여하는 것이 된다. 왜냐하면 통일은 오직 헌법이 명하는 바대로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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