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그리다
박상천 지음 / 나무발전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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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펫로스 증후군을 겪고 있다.

이 증상은 나에게 있어 완치되지 않을뿐더러 면역력 따위가 생길 틈을 주지 않는다.

누군가 그랬다.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참는 거라고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상실의 아픔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참는 거라고..



처음 이 책을 소개받았을 때 나는 그냥 읽고 싶지 않았다.

나의 상실감은 어떨 땐 아무렇지 않게 덤덤하지만 어떨 땐 이렇게까지 견딜 수 없을까 싶을 정도로 중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망각의 축복은 거절의 의사를 밝힐 시간이 지나쳤고 책이 도착했다.



시집을 받아든 그날은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시를 읽기에 딱 좋은 채광을 유지하던 주말 낮이었다.

글쓴이의 시는 과하게 밝지도 과하게 어둡지도 않은

손에 받아든 시집의 두께 또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두께였다.

마침 선물로 들어온 귤을 까먹으며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만큼 편하게 책장이 넘어간다.

시집이라기보단 에세이 같은 느낌의 시집이다.



6년 전 나와 16년을 동거했던 반려견을 보내고 나 또한 같은 기분이었다.

그 아이에게 주었던 나의 감정들이 그 아이가 떠남과 동시에 모두 나에게 버려진 느낌이었다.

아니 순장처럼 그 아이와 같이 묻혀버렸다.

글쓴이처럼 16년을 한결같이 사랑한 것은 아니었다.

나와 반려견의 동거 또한 이뻐서 어쩔 줄 몰랐던 짧은 몇 년,,

그리고 내 청춘을 즐기느라 홀로 외롭게 두었던 몇 년, 반려견이 아프기 시작해 투병생활로 지쳐가던 몇 년

반려견이 병이 심해지면서 문득 이별하는 날엔 '이렇지 않을까?'하며 추측이나 예측했던 크기와는 전혀 다른 감당할 수 없는 크기였다.

아니 어쩌면 감당할 의지조차 상실해버릴 크기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나는 내 삶을 그 상실감에게 잠식당하도록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다.

그 일이 있은 후에 나처럼 어느 날 문득 찾아온 상실을 겪은 사람에게 나는 이해한다고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그들의 상실감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음을 이제 알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살다 보면 가족이 됐든, 지인이 됐든, 반려동물이 됐든

대상의 부재로 오는 상실감을 한 번은 겪을 것이다.

그 상실감은 짐작할 수 없지만 그 상실감에 사로잡혀 그 이후의 삶을 놓치는 일이 없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별인사는 미리 하는거야

언제 들었는지 어디서 봤는지 모르는 이 말이 기억에 남아 있다.

정작 인사를 하고 싶은 순간엔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글쓴이처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시집을 낸다던가,

나처럼 미안한 마음으로 동물을 더 이해하기 위해 공부를 하기 전에,

우리의 마지막이 너무 큰 상처가 되지 않게 잘 맺을 마침표를 준비해 보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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