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동자 물구나무 세상보기
정찬주 지음, 정윤경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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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일 즈음하여 이 책을 받게 되었다. 읽은 후의 느낌은 뭔가 선선한 가을날 한적한 이름없는 사찰을 산책한 느낌이랄까... 나는 종교가 따로 없어서 특별히 절이나 교회나 성당을 다니지는 않지만 근처 숲길을 걷거나 국립공원에 오를때면 산 속 사찰에 들려보곤한다. 산 중에 있어서인지 도심에 있는 교회나 성당보다 마음이 차분해지긴 하는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바보동자도 나이가 오백 살이나 된 낡은 절에 살고 있다. 깨진 기왓장 사이로 무성하게 피는 들꽃들과 낡은 법당 한 귀퉁이에 둥지를 트는 어미 박새, 법당 앞 느티나무를 오르락거리는 다람뒤, 스님들의 낡은 방천장에 사는 쥐들이 동자의 친구들이다. 이곳에 동자가 어찌하여 오게됐는지는 모르지만 절을 드나드는 다람쥐와도 친구가 되고 배고파 찍찍대는 쥐가 가엾어 밥상을 차려 주고 싶어 하는 동자의 마음은 참 어여쁘다. 스님들은 절대로 쥐들에 먹이를 주지말라하며 불교에서의 업을 이야기한다. 몰래 훔쳐 먹는 것은 쥐의 업이요, 그 훔쳐먹는 업을 다 지워야만 쥐보다 나은 몸으로 다음 생에 태어난다는 것...사람들은 좋은 일엔 업이란 말을 안쓰고 뭔가 잘못을 저질렀거나 안좋은 일을 당했을때 업이란 말을 쓰시만 사실 업이란 건 말과 행동의 결과로 좋은 일도 업이고 나쁜 일도 업이라고 한다. 쥐의 업을 닦도록 먹이를 주지않는 스님의 행동이 어쩜 더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법당이 시끄러워진다고 법당기둥의 옹이를 막아버리는 스님보다 곧 새끼를 쳐야하는 어미새의 딱한 사정을 헤아려 구멍을 터주어 둥지를 마련해주는, 찍찍 소리에 공부에 방해된다고 방천장의 쥐를 미워하는 스님보다 배고픈 쥐의 사정을 가엾이여기는...너무 맑고, 너무 밝고, 엉뚱하기까지 해서 ‘바보’라고 놀림을 받는 이 바보동자의 모습이 참 관새음보살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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