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이들의 심리를 그린 재미난 그림책을 읽었네요. <코끼리가 꼈어요>는 표지부터 제목처럼 어딘가에 불편해하며 낑낑거리는 코끼리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어찌할바 모르며 난감해하는 팔자눈썹의 저 코끼리의 표정이 무엇때문일지 그림책 내용이 궁금해지더라구요. 책 읽기 전 책표지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한가지 놀랬던 건 저 표지의 질감? 때문이었는데 마치 코끼리 피부처럼 그림책 표지 위에도 거칠거칠한 효과를 주어 실제 코끼리의 살갗을 만지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어요. 오디오꿈북을 통해 귀로도 들을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드는 출판사답게 표지부터 여러모로 신경을 써서 만든 그림책이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네요.간단히 책내용을 소개하자면 코끼리를 친구로 둔 수지가 처음 학교에 등교하면서 생긴 에피소드에요. 수지는 한번도 코끼리와 떨어진 적이 없었고 학교에 갈 때도 엄마 몰래 코끼리를 학교에 데리고 갑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고 말았어요. 덩치가 큰 코끼리가 교실 문에 꽉 끼어 버린 거죠. 수지는 어쩔 줄 몰라 울음을 터뜨리고 반 친구들과 선생님까지 나서서 있는 힘껏 밀었지만 코끼리는 꼼짝도 하지 않아요. 구슬을 이용한 친구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문에서 빠지지만 덩치 큰 코끼리가 앉을만한 책상과 의자는 교실에 없네요. 그 순간 아이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처음 이 책의 소개글을 읽었을땐 애착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물론 학교에 가는 첫날, 코끼리를 학교에 데리고 간 수지를 통해 아이들이 애착형성이 잘되면 성장과정에서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도 느꼈지만 더 느낄 수 있었던 건 아직 모든 것이 서툴고 어색한 새학년 아이들이 코끼리 사건을 계기로 마음을 모으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이 참 대견해보이더라구요. 아이를 키우며 하루에도 열 두번씩 크고 작은 일들이 생기는데 그때마다 조바심 내며 야단치고 재촉하기만 했던 제 모습이 떠올라 한없이 부끄러웠네요. 아직 어리고 부족한 아아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모아 도와주는 모습에 저도 문제가 생기더라도 조금 더 지켜보고 아이 입장에서 응원해 주어야겠다 다짐하게 되었네요. 기다리고 믿어주는 만큼 자라는 아아들, 우리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그림책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