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셔진다. 나무 자체가 마을지킴이로 여겨지기도 하고 혹은 나무에 신이 깃들여있다 여겨져 신성하게 모셔지기도 한다. 그래서 당산나무은 마을의 중심이 되고 당산나무는 누구의 소유가 아닌 마을사람들 모두가 향유하게 되며 마을의 구심체가 되기도 한다. 우리 어릴적만해도 시골집에 가면 마을 입구에서 당산나무를 만날 수 있었다. <당산나무의 웃음소리> 라는 책제목만 보고도 벌써 어릴적 기억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나 어릴적 아버지 고향에 내려가면 마을 입구에 큰 당산나무 한그루가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당당한지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해마다 정월 대보름이면 아랫말과 편을 갈라 고싸움놀이도 하고 마을잔치를 열어 당산제도 지냈다. 어릴적엔 이 당산나무가 그렇게 무섭게 느껴졌었다. 귀신이 붙어있는지 사람들이 치성도 드리고 제사도 지내는 게 꼭 신을 섬기듯 하기에 혹시 내가 잘못한 걸 알고 벌을 내릴까 싶어 당산나무 앞을 지날때마다 얼마나 걸음이 빨라졌는지 모른다. <당산나무의 웃음소리>는 '다큐멘터리 동화'다.알록달록 예쁜 일러스트 대신 오래된 시골마을 사진이 담겨있다.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는 김용택 선생님이 작은 분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그 시절, 한 마을에서 있었던 실제 이야기를 22년 동안에 걸쳐 담아 둔 사진에 김병규 선생님이 이야기를 쓰셔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동화로 재탄생시킨 책이라고 한다.무려 22년의 기록이라니 다큐멘터리라 칭할만하다. 당산나무와 선돌, 돌무덤, 동자바위의 이야기는 마치 전설의 고향 이야기 한 토막을 듣는듯 하다. 그 오랜기간 마을의 역사를 기록한 김용택선생님의 마음도 너무 아름답다. 책을 읽으며 문득 어릴적 보았던 아버지 고향의 당산나무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졌다. 이제는 빈집이 더 많은 우리 아버지의 고향땅에 있던 당산나무도 이렇게 다시 마을사람들 속으로 돌아와 큰 웃음소리를 내주었으면하는 바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