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GV 빌런 고태경 - 2020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정대건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누구의 손을 잡거나 놓을지, 무엇에 열등감을 혹은 자만심을 가질지, 사랑에 잠식될지 잠식하기를 택할지... “선택의 프로”를 표방해야 하는 것은 영화감독뿐만이 아니다. <GV 빌런 고태경>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는 선택에 관한 소설이다. 선택으로 인한 실과 득이 아닌, 자신과 애정의 힘을 믿고 책임을 다해나가는 선택의 과정에 관한 이야기다. 덧붙여 감독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또 하나의 사실은, 게임도 방정식도 아닌 현실에서 100% 프로다운 선택은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첫 장편영화 흥행에 참패한 독립영화감독 혜나가 자신을 방어하지도 미워하지도 않게 되기까지, 비호감에 민폐를 끼치는 GV 빌런 고태경의 과거와 현재가 그리고 미래가 궁금해지기까지 이백오십여 페이지에 달하는 작가의 사랑 고백을 들은 듯하다. 영화와 이야기와 세계와 자기 자신에 관한, 빛을 향해 기꺼이 어둠 속으로 뛰어드는 이의 경쾌한 고백을.
⠀
아무 정보 없이 극장에 갔다가 마음에 꼭 맞는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온 기분이다. 좋아하는 영화의 재개봉을 기다리듯, 이 소설을 다시 읽게 될 어느 날을 기다릴 것이다. 그날은 사랑하는 것에 관한 확신이 그리고 불확신을 나눌 동지가 필요한 날이겠지. 고태경의 노란 택시에서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영화 <초록 사과>의 OST가 들려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