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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깊이의 바다
최민우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3월
평점 :
서정적인 표지와 제목, 처음 읽는 작가, 예사롭지 않은 구병모 작가의 추천사. 얕은 예상과는 달리 미스터리 수사물(!)이었고 추천사는 적확했다. 나 또한 최민우 작가가 지닌 “머릿속 상상의 도서관을 열람해보고” 싶어졌으니까. 정말 재미있다. 숱한 비유들과 촘촘히 꿰어진 문장들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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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강아지, 액자 속의 문을 열고 사라지는 사람들, 순리를 거스르고 감히 사랑하고 살아가려는 묘진. 있어서는 안 될 ‘쐐기’들이 세상에 균열을 내고 그 ‘틈’으로 뼈들이 쏟아진다. 소중한 무언가를 빠트린 틈을 들여다보듯 정신없이 책을 읽어나갔다. 몇몇 의문이 남기는 했지만 그대로 오래오래 놓아두고만 싶은 잔여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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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국 “타인이라는 바다의 해변에 서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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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7 인과응보는 저지른 놈에게 그대로 돌아온다는 말이 아니란 말이다. 죄지은 놈은 끝까지 잘 살아. 대신에 엉뚱한 사람들이 그 죄를 다 떠안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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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1 우리는 타인이라는 바다의 해변에 서 있을 뿐이다. 가끔씩 밀려와 발목을 적시는 파도에 마음이 가벼이 흔들리도록 자신을 내맡기면서, 언젠가는 저 바다 끝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스스로도 믿지 않는 헛된 희망에 매달리고 있을 뿐이다. 평생 그 해변에 머물다 갈 생각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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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5 자, 다시 한번, 세계는 비유이자 실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