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넷플릭스로 재밌다고 소문난 스릴러영화 보는 것 같다’.
영화화가 확정된 소설이란 건 알고 읽었지만! 책을 읽으며 계속 들었던 생각이다. 그러니까, 일단 잘 읽히고 재밌다. 그리고 스릴러 매니아들을 이해하게 됐다. 반전은 서사와 의미를 뇌리에 박는 가장 강력한 망치다. 공포와 반전을 흡수하는 과정은 끈기와 에너지를 요한다. 그러나 동시에 나의 잡념을 연소시키고 희열을 선사해준다.
책을 막 다 읽은 참이라 지금은 후반부의 느낌이 강한데, 사실 이 소설의 꽤나 긴 초중반부(약 400p)는 세계와 그 세계에 속한 스스로까지 믿지 못하게 된 사람의 내면을 섬세하고 매력적인 문장들로 발굴해낸다. 소아과 정신의 애나 폭스는 ‘그날 밤’ 이후로 남편 에드·딸 올리비아와 떨어져 지내게 되고, 광장공포증 환자가 되어 10개월째 집안에서만 지내고 있었다. ‘병’은 애나를 그렇게 서서히 죽이기도, 그러나 과거의 환자들을 떠올리게 하여 애나를 살리기도 한다. 그의 병은 가장 내부적인 곳에 원인이 있지만, “집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것만 같”은 바깥세상 즉 외부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증상을 보인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항상 외부를 향해 있다. 창가의 카메라 렌즈를 통해 말이다. 이런 모.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 「현기증」과 같은 히치콕의 흑백영화가 시작되듯, 알약들과 함께 애나의 목을 넘는 와인의 붉음처럼 어지럽게 말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긴 초중반부가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다. 후반부의 서늘함과 반전을 포기하고 중도하차하는 독자들이 더러 있을까봐, 내가 다 아쉬워 사서 하는 걱정이다. ㅎㅎ,, 결론은 끝까지 읽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