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 - 전쟁, 역사 그리고 나, 1450~1600
유발 하라리 지음, 김승욱 옮김, 박용진 감수 / 김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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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들은 왕과 제후의 명예에 대해서만 쓸 뿐이다.

그들은 용맹한 병사들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사건과 인물의 '기억될 만큼 가치있음'은 기록되고 그렇지 않음으로 나뉘는 것일까? 역사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주류 의견과 기득권층에 따라 기록된다. 그렇다면 주류의 역사가 아닌, 개인이 기록한 역사는 역사의 범주에 들 수 있을까? 끝없는 전쟁과 흘러가는 역사, 그 소용돌이 속 '나'라는 개인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러한 고민을 일찍이 했던, 그 고민의 결과가 집중적으로 나타났던 시대의 집단이 있다. 바로 1450~1600년대의 르네상스 전쟁 참전군인들이다. 이들의 회고록은 주로 개인의 자아성찰이나 업적기록용 '아마추어' (그러니까 본질적이거나 중요하지 않은 )문서로 간주되어왔다. 그러나 유발하라리는 '우리'가 기억할 만한 것들이 아닌 '내'가 기억할 만한 것들의 이야기가 쓰였다는 점에서, 그 동시대이면서도 우주적으로 먼 공백 속에서 과거와 미래를 길어 올린다.

 

  오늘날은 더이상 국가가 역사와 기록을 독점하거나 영웅의 서사가 민중의 염원을 대표하는 시대가 아니다. SNS를 통해, 유튜브와 개인 방송을 통해, 광활한 하드디스크 속에 경험만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남기고, 타인에게 나누고, 소통하고 수정할 수 있다. 다시말해, 누구나 기록자가 되는 날들에 우리는 살고 있다. 1인의 기록과 영향력에 따라 경제적·사회적으로 많은 것들이 변화하는 시대를 유발 하라리는 일찍 관측했고, 그 시초가 되는 이들을 집요하게 파헤쳤다.

  하라리는 방대한 르네상스 전쟁의 역사 속에서 주요 사실과 인용문들을 나열하고 기계적인 설명을 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립되는 학계의 설들을 순차적으로 분석하고 오류를 증명해내며 첨예하고도 대담하게 자신의 주장을 쌓아올린다. 젊은 이스라엘 학자인 그를 인류학 및 역사학계의 세계적 중심축으로 만들어낸 힘이다.

※) 유발 하라리는 '인류 3부작'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세기 제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책들은 분량이 많고 생소한 주제를 다루지만 가독성이 뛰어나고 흥미로운 통찰력이 빛나는 시각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한 그의 명성 때문에 나 또한 이 책을 읽게 되었지만 ,,, 비전공자인 독자들을 염두하고 쓰인 다른 책들과 달리 <유발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회고록>은 그의 옥스포드 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을 재구성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절대절대 쉽지 않았다.(솔직히 나한텐 너무 어려웠음 ^ ㅠ ) 맨앞 박용진 박사의 해제와 저자의 머리말을 중간중간마다 읽으며 본문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논점을 정리해나가길 추천합니다 !

 

검을 휘두르는 사람이 펜을 들었을 때
최고의 진실한 전쟁사가 나온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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