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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왜 싸우는가? - 김영미 국제분쟁 전문 PD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전쟁과 평화 연대기
김영미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평점 :
1. 외면하고픈 물음에 끝까지 답해내는 책
인류는 끊임없이 싸워왔다. 석기 시대에는 돌로, 청동기 시대부터는 칼과 창으로 피의 역사를 써온 것이다. 전쟁의 근본적 원인에는 신과 사람, 대물림되는 혐오 혹은 가난, 빼앗고 싶거나 되찾고 싶은 마음 등이 있다. 그러나 ‘이슬람의 딸들’은 옆집 남자를 힐끗 보았다는 이유만으로 가족에게 명예살인을 당하도록 규율한 신을 위한 싸움에 동의했을까? 장난감처럼 생긴 집속탄에 의해 희생당한 1만 3000여 명의 아이들은 그 이유를 알았을까?
폭력과 혐오가 일상화된 세계에서는 ‘왜’라는 의문사가 사라진다. 누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짓밟고 지배할지에 대한 행동양식만이 남아 세계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또다시 그러나, 이는 결국 ‘왜’라고 묻고 그 답을 찾고자 전쟁과 불모의 땅을 누비는 이들이 남아있는 한 싸움의 끝과 희망은 존재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2. 발로 뛰고 눈으로 담은 내용 + 배려 깊은 구성
'한 아이의 엄마로 다큐멘터리 PD로 전 세계 80여 개국을 취재했다.'
저자 김영미 PD를 소개하는 첫 문장이다. 그는 어린 아들을 위해, 시험 과목으로서의 역사에 갇힌 아들 또래의 한국 청소년들을 위해 취재현장의 이야기들을 틈틈이 정리하였고, <세계는 왜 싸우는가(2011, 2019 개정)>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청소년 혹은 국제정세와 세계사 지식이 부족한 성인 독자를 위한 배려가 곳곳에 배어있는 구성을 자랑한다. 한 국가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깔끔하게 도식화된 연표와 지도로 배경지식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마칠 때에는 독자 스스로 관심을 지속 및 확장시킬 수 있도록 검색할 주요 해시태그들을 추천해준다. 이는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 위 표류하는 아이들과 여성, 가족의 눈동자 속에서 자신의 아이와 아이의 미래를 보는 저자의 마음이 아닐까.
3. 문화와 전통: 듣기 좋은 방패는 왜 권력층에게만 들려지나
학교와 병원, 시장이 있는 민가에 무차별 폭격을 가하는 신의 뜻에 대해, 두려움을 잊지 위해 마약을 먹어 가며 참전하는 시에라리온의 소년병들에 대해, 여성만이 순결과 도덕이라는 심판대에 오르고, 남편과 형제부모에게 죽임당하지 않기 위해 지하 피란처에서 연명해나가는 삶에 대해 ‘존중해야하는 문화이자 전통’이라고 평하는 이들이 있다. 어째서 그들의 타인을 ‘존중’하는 공감능력은 가해자에 이입할 때만 그토록 뛰어난가. ‘문화’와 ‘전통’이라는, 이토록 듣기 좋은 방패는 왜 권력층의 손에만 들려지는가.
전쟁이란 크게 두 가지에서 온다. 먹고사는 것과 믿고 사는 것. 다시 말해 경제와 종교이다. 결국 인간은 가장 눈에 보이는 문제와 가장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로 싸우는 셈이다. 김영미 PD는 ‘왜 싸우는가’에 대한 답을 잘 아는 사람이다.
― 손석희 JTBC 대표이사의 추천사에서
“아줌마,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예요?”라고 묻는 열여섯 살 이집트 아이가 있었다.
“너는 어떤 나라가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니?” 그러자 아이는 “사람을 총으로 죽이는 나라는 민주주의가 아니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민주주의잖아요”라고 대답했다.
(...)
취재하며 만나는 모든 아이와 청년이 내 아이 같았고,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p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