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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다의 목격 ㅣ 사계절 1318 문고 131
최상희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고의 도서관- 최상희 작가의 소설집 <닷다의 목격> 속 튤리파의 도서관을 읽고
내가 가 봤던 최고의 도서관은 바로 우리 동네 주민센터 2층에 자리 잡은 작은도서관, 지금은 공사 중이라 문을 닫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고적함과 아늑함, 너무 과하지 않은 책 권수가 참 좋았었다. 만약 내가 그 도서관의 자원봉사자로 근무한다면 행복하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자원봉사자가 되면 그곳에 있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선물로 주어질 것 같았다.
최상희 작가의 소설집 ‘닷다의 목격’ 책 속의 도서관, 튤리파의 도서관은 우리를 우주의 심연으로 데리고 간다. 지구에서 12년 걸려서 갈 수 있는 곳. 그곳은 작은 우주정거장 휴게소로 사람들이 두고 간 온갖 책들이 있는 곳. 주인공 ‘나’는 지구에서 떠나온 이주민으로 적응하지 못해 지구로 돌아간 아빠, 돌아가신 엄마, 이렇게 진짜 가족과는 함께 살고 있지 않다. 가족 이상으로 정을 나누는 로라라는 고양이와 더불어 잠깐의 휴식을 찾아온 우주선 사람들을 위해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팔고 있었다. 그곳에 휴게소에 머물다 간 사람들이 두고 간 추억같은 책이 도서관처럼 있는 곳이다.
그러다가 ‘나’는 헤카테라는 행성으로 가기 위해 잠깐 머물렀던 지우네 가족과 만난다. 책을 좋아하는 지우에게는 더 호감을 갖고, 음식도 주고, 지우 엄마에게는 커피까지 대접하며 친절하게 대하는데, 지우 가족이 떠나고 나서 사라진 로라. 지우네 가족의 우주선으로 교신해서 로라의 행방을 물어보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좌절한 ‘나’는 주문한 냉동 캡슐 속으로 들어가서 거의 30년을 잠들게 된다. ‘나’를 깨운 헤카테의 조종사 지우, 그녀는 그때 봤던 아이가 아니라 이제는 ‘나’보다 2살 더 많은 언니로 잘 성장해 있었다.
잠시 생각해 보았다. 지구를 떠나서 어떤 행성으로 갈 기회가 있다면 ‘나’의 가족처럼 도전할 수 있을까. 파란 하늘, 각 계절의 냄새, 익숙하고 편안한 내 주변의 사람들과 환경을 두고 떠날 수 있을까. 또 온갖 고민과 힘든 상황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냉동 캡슐로 들어갈 수 있다면 아무런 고민 없이 그 기회를 얻을까.
소설 속 튤리파의 도서관, 튤리파에서 헤카테까지 냉동 캡슐에 잠들기 전까지는 12년이 걸렸지만 이제는 웜홀 항로가 개발되어서 2일이면 갈 수 있다. 지우는 ‘나’와 함께 먹었던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예쁜 고양이, 책과 더불어 아주 대단한 곳으로, 그때의 추억을 매우 아름답게 기억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튤리파의 도서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182쪽 소중한 것이나 소중했던 것, 그리고 소중했는데 잃었거나 빼앗겼던 것을 모두 잊을 수만 있다면 삶은 완벽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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