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 사랑으로 세련되어진 아를르캥
마리보 지음, 유진원 외 옮김 / 꿈꾸는고치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중세 프랑스는 어땠는가?
중세 프랑스는 사교와 지식 교류가 넘쳐나 유럽의 역사와 예술을 선도하던 시기이다.
저자 마리보도 이러한 시대 분위기 덕분에 극작가로서 성공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두 작품을 함께 싣고 있다. <논쟁>과 <사랑으로 세련되어진 아를르캥>이다. 두 작품 모두 처음에 제목만 보고는 대체 무슨 의미이며 어떤 내용의 글인지 알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생소한 분야의 장르인지라 더욱 그러했지만 책의 앞부분에 '들어가는 말'을 통해 배경지식을 얻고 들어갈 수 있었고,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봤던 중세 유럽의 느낌을 간직한 채 읽어 갔다.

 






<논쟁>
"먼저 변심하는 것이 남자인가 여자인가?"에 대한 논쟁으로 왕자는 에르미안느라는 여자를 데리고 어느 시골로 간다. 그곳에는 네 명의 젊은 남녀와 그들을 키워준 두 명의 흑인이 있다. 네 명의 남녀는 이 시골에서 바깥세상과의 교류가 없이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서로 만나면서 사랑, 우정, 자기애, 적대감, 질투 등 인간 본연의 감정을

허울 없이 그대로 드러내고 그러면서 상처받고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따금씩 서로 만나는 기쁨을 스스로 참아야 해요."
"왜요"
"어떻게"
"말해두겠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기쁨은 줄어들 테고 당신들은 서로 무관심해질 거에요."
"카리즈와 난 이따금씩 헤어져 있었기 때문에 계속 사랑하고 있는 거랍니다."

 

이런 대사에서와 같이 순진무구한 네 남녀는 서로에 대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싶어 하고, 또 사람의 감정이 변해가는 것을 느끼며 절망하고 아파한다.
사랑을 겪어본 적이 없는 순진무구한 네 남녀가 편견없이 서로를 보고, 느끼고 표현하는 과정이 바로 마리보가 의도한 바일 것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희곡은 객관성과 주관성을 함께 구비한 서정적 서사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극적 긴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차적인 모티프나 에피소드는 극력 배제되고, 인간 의지의 격렬한 투쟁이 전개된다."로 설명된다.

인간 의지의 격력한 투쟁...
<논쟁>이라는 작품을 읽으면서 바로 이 사전적 정의를 고스란히 이해하게 되었다.


<사랑으로 세련되어진 아를르캥>
대마법사와 결혼을 약속한 요정은 아를르캥을 납치해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려 하지만 교양없고 잠꾸러기인 아를르캥은 요정에게 도통 관심이 없다. 그러다 양치기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아를르캥이 점차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질투와 분노를 느낀 요정이 이들을 방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인공 아를르캥이 사랑을 통해 점차 세련되어지고 영리해지는 모습을 그렸다. 바로 이러한 설정, 즉 미소년이지만 게으르고 잠꾸러기에 식탐까지 있는 멍청하기만 한 아를르캥이 사랑을 통해 점차 변해가는 모습이 현장(무대)에서 재현된다면 아마 우스꽝 스러우면서도 관객의 흥미를 자아내는 부분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많이 마리보의 작품들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으며, 작년에는 <논쟁>이 국내에서 초연되기도 했다고 한다. 희곡이라 하면 우리나라의 고전적 희곡밖에는 읽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생소하긴 했지만 그래서 왠지 더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극의 전개가 빠르고 희곡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읽는 데 지루함음 없었으며, 인간의 심리적 변화에 발 맞추워 진행되고 있어 흥미롭게 읽혔다. 다만 중간중간 극의 진행 분위기를 파악하거나 알 수 없는 용어들을 이해하기 위해 각주를 읽어야 할 필요가 있긴 하지만 그정도 수고쯤이야...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선 물론 두 작품을 묶은 책이긴 하지만 제목을 좀 다르게 구성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마리보, 혹은 희곡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나로서는 마치 하나의 제목으로 이해되었다. 마리보의 희곡작품이라는 것을 제목에서 더 인지시켜 주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한다.

그리고 이건 나에대한 아쉬움이다. 좀더 세련된 글쓰기를 하고 싶은 욕심은 있으나, 장르의 생소함 때문인지 그게 잘 되질 않는다. 이래서 편독을 하지 말아햐 한다는 교훈을 얻으며 이 글을 마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