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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신라에만 여왕이 있었을까? - 비담 vs 선덕여왕 ㅣ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7
정명섭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평점 :
2009년, 7개월에 걸쳐 총 62부로 방영되었던 MBC 드라마 <선덕여왕>이 있다. 오랫동안 방영되었던 만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방송을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시청해 본 적이 없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드라마 <선덕여왕> 덕분에 이 시기의 역사와 선덕여왕을 비롯해 김유신, 비담, 김춘추 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그동안의 드라마가 대부분 조선시대, 그중에서도 조선후기를 주로 다루고 있는 데 비해 시대 면에서 차별성이 있었으며 사극이라는 특성상 아니 역사라는 주제의 특성상 남성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으나 이에서 벗어나 여성을 중심으로 한 내용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드라마(사극)와 큰 차별성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드라마를 통해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해진 소재인 선덕여왕, 그리고 신라시대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당시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차이를 두려고 해봤자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 다 거기서 거기다. 다만 이 책은 다소 딱딱하고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갖게 하는 ‘역사’라는 분야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자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이 책의 콘셉트와 구성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이 책은 “법정에서 펼쳐지는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라는 콘셉트로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다. 역사 속 라이벌을 원고와 피고로 정하고 주변 인물들을 증인으로 설정하여 균형 잡힌 시각에서 역사를 이야기 하고 있다. 원고 비담과 피고 선덕여왕을 중심으로 진평왕, 염종, 김춘추, 최치원, 알천 등을 증인으로 하여 신라시대와 여왕의 시대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총 세 번에 걸친 재판을 통해 진평왕이 왜 딸에게 왕위를 계승하게 되었는지, 비담과 염종의 반란은 왜 일어났는지, 여왕이 신라에 어떤 존재였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재판 중간 중간에는 휴정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한 번씩 정리해 주고 있으며 ‘교과서의 안과 밖의 역사’라는 챕터를 통해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 이 책을 읽다보면 궁금해지는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한 신라시대 특히 선덕여왕시대 대표적 업적과 유물/유적에 대해서도 본문에 자연스럽게 녹아나도록 설명하고 있다. 본문 앞에는 세계사 연표와 한국사 연표를 배치하여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가 어느 시대에 속하는지, 또 세계사 속에서는 어떤 시기에 속하는지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이 주제에대해 교과서에서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표시해두고 있어 이 책을 읽은 독자들(학생들)이 이후 교과서에서 좀 더 자세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권장도서로 추천한다. 끝에 최후 진술, 판결문 등을 배치하여 글을 마무리 하는 것으로 본문을 마치고 있다.
초, 중, 고등학생들이 가볍게 읽으며 역사에 흥미를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구성과 콘셉트라고 생각한다. 구성과 콘셉트를 살릴 수 있는 삽화를 넣음으로써 딱딱한 과목, 주제라는 부담을 덜었고, 적절히 내용과 사진, 그림 등을 배치하여 지루함을 덜었다. 특히 교과서에서 호국의 상징이라고만 배우는 황룡사 9층탑의 구조와 만들게 된 배경 등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어 왜 “호국”의 상징이라고 하였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었다. 다만 좋은 구성과 콘셉트이기는 하지만 내용이 빈약한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왕’이라는 주제에 대해 특히 선덕여왕이라는 인물과 관련해 다룰 수 있는 내용들이 더 많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내용을 다루지 않아 “왜 이 내용은 안 나오지?”라는 의문이 종종 들었다.
왜 신라에만 여왕이 존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특별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끝맺음으로써 이 부분과 더 많은 내용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독자의 역할로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