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가 윌프레드 비온은 '고통을 느끼지만(feeling), 겪어내지(suffering) 못하는 것이야말로 심리적 고통의 핵심'이라고 보았다. 단지 고통스럽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서둘러 없애고 고통을 느끼지 않으려고 무언가를 자꾸 시도하는 데서 문제는 비롯된다. 고통은 나쁜 것이고, 가능한 한 느끼지 않아야 하는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지금 20, 30대의 부모는 그들의 자식이 실패하지 않고, 그 실패 때문에 상처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인생을 구성하는 중요한 인자는 무엇인가? 고통 없는 삶은 삶 그 자체에 대한 거부와 다름 없다. 고통을 '겪어내는' 과정을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 어떻게 그 고통을 마음에 품어 변화와 변형을 이끌어낼 것인가? 결국 이러한 질문들이 우리를 성장시킨다.-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