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들에게 쉽게 항복하는 고질병이 있었다. 아주 심각한 중증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매번 아이들에게 ‘딱 한 편만’ 허락했다가 아이들이 다시 한 편만 더 보게 해달라고 애원하면 마음이 약해졌다. 아이들이 그 조그만 얼굴을 들이밀며 애교를 떨면 당해낼 도리가 없었고, 다른 이유도 몇 가지 더 있었다. 일단,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25분 동안의 평화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다. 또 내가 한발만 물러서면 아이들로부터 "이 세상에서 엄마가 최고야!"라는 애정 표현을 듬뿍 들을 수도 있었다. 불행히도 이 때문에 아이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든지 귓등으로 들으며 일단 버티고 보는 버릇이 생겼다. 내가 만난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들의 어떤 애교를 떨어도 절대 굽히는 법이 없었다. -75~76쪽
‘생떼 예방을 위한 간단한 네 가지 요령’ <프랑스 육아 사이트 ‘아기들의 소동’ 운영자> 1. 명확한 규칙을 정하고 절대 물러서서는 안 된다. 2. 아이의 눈물 앞에서 냉정을 유지하라. 3. 아이에게 기다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4. 아이가 부모의 욕구를 존중하도록 가르쳐야 한다.-72~73쪽
프랑스식 육아의 법칙 요약 버전 1. 당신이 총사령관임을 잊지 마라! 2. 체계가 절제력을 길러준다. 3. 아이들은 생각보다 질기다. 4. 말썽을 부렸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한다. 5. 물러서지 마라. 규칙을 정하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6. 옮고 그름을 가르치는 데 주저하지 마라. 7. 많이 사 준다고 능사가 아니다. 8. 피가 난다면 모를까, 일어서지 마라.-93~94쪽
지난봄에는 스물 세 살의 보르도 출신 아가씨 노에미를 만나 어린 시절 어떤 지침을 지키며 자랐는지 경험담을 들었다. "부엌에서 제가 열 수 있는 서랍은 딱 두 개였어요. 그중 하나는 사실 서랍이 아니라 빵을 넣어두는 통이었죠. 나머지 하나는 과자며 간식거리를 넣어두는 서랍이었고요. 냉장고를 열어서 들여다보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어요. 냉장고는 엄마의 영역이니까 오빠랑 아는 뭔가 먹고 싶으면 엄마한테 가서 허락을 받아야 했죠. 엄마 아빠가 여행으로 집을 비우신 동안에는 마음껏 뒤졌죠. 정말 신 났어요." 냉장고 뒤지기를 신 나는 놀이로 승화시킨 엄마에게 존경을 바친다. 사실 아이가 냉장고를 마음대로 뒤지지 못하게 해야 옳다. 아직 영양의 균형을 스스로 맞출 수 있는 나이가 아니기 때문이다.-142~143쪽
프랑스 식탁 예절 규칙 1. 엄마가 냅킨을 무릎에 펼칠 때까지 아니는 밥에 손을 대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 규칙 2. 엄마나 아빠가 짧은 기도나 건배 제의를 하기 전에 아이들이 먼저 먹거나 마셔서는 안 된다. 바꿔 말하면, 아이들이 식사할 때 엄마 아빠도 같이 식탁에 둘러앉아야 한다는 뜻이 된다. 우리 집에서는 기도를 생략한다. 규칙 3. 식사 시간에 손은 한상 식탁 위에 놓아두어야 한다. 손을 무릎 위로 올리거나 게임기를 들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규칙 4. 빵은 접시가 아니라 식탁보 위에 놓는다. 규칙 5. 음식 거부는 용납하지 않는다. 매우 중대한 잘못이다. 특히나 이 사항을 교화하려면 만만찮은 노력이 필요하다. 규칙 6. 식사를 마쳤으면 접시 중앙을 향해 포크와 나이프를 가지런히 놓는다. 너무 고지식하게 들리나? 규칙 7. 아이들이 식사 중 식탁을 떠나려면 반드시 프랑스어로 허락을 구해야 한다. 물론 농담이다. 그래도 실제 내 아이가 그런다면 귀엽지 않을까? 프랑스에서는 식사가 몇 시간씩 지속되기도 한다. 이런 마라톤 식사 중에는 다음 코스가 나오기 전까지 아이들이 식탁에서 일어나 잠깐 놀 수 있다.-173~173쪽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가 어렸을 때 행실을 다잡는 데 공을 많이 들이고, 이후부터는 좀 느긋해진다. 아이들이 언제나 흠잡을 데 없이 행동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정한 나이가 되면 어차피 훈육이 먹혀들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 부모들은 아이가 10대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어떻게든 휘어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프랑스 부모들은 더 큰 자유를 부여한다. 그래서 가족 간 갈등이 훨씬 덜하다고 들었다.-258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