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궁마마
이청은 지음 / 아롬미디어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이런 반전이 또 있을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의 반전은 책을 덮는 순간 더 짜릿하게 만든다. 읽는 내내 다음이 궁금하여 책을 덮을 수 없게 하더니 마지막까지 그 호흡을 놓지 않게 만든 책이었다.

 

  후궁의 삶이란 사실 뻔하다. 왕의 여자로 평생 살아야 하지만 왕의 관심과 사랑보다도 정치와 권력앞에서 결정되어지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 후궁이다. 잘 알려진 장희빈뿐만 아니라 신라의 미실이를 통해서도 익히 한 여인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냉궁마마는 왕실의 로맨스라는 매력적인 요소를 더 가미하여 책을 읽는 동안 설레게 했고, 은빈의 삶이 가여워서 어느순간 내가 은빈이 되어 있었다. 왕을 묘사할 때, 버럭 소리 지르며 냉정하게 대하지만 누구나 혀를 내두를 만큼의 수려한 외모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왕인 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냉정하기만 하던 임금 이려는 5년간 후궁인 은빈의 냉궁을 찾지 않고 얼굴도 보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회임하지 못하는 중전과 효빈을 두고 은빈과의 합방이 이루어지게 되고 은빈에 대한 이려의 연정이 싹틀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하지만 이것이 모두 은빈의 허상이고 망상이었단 말인가. 이를 곁에서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는 호위무사 겸사복은 은빈을 세자빈 간택날 보고 마음에 품게 된다. 임금의 여자인 은빈을 차마 어찌하지 못하지만 한번이라도 이려가 은빈의 냉궁을 찾도록 하였고, 그로 인해 이려가 은빈을 다시 보게끔하고 연정을 싹틀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그녀가 궁에서 쫓겨날 때동학사에 머무를 수 있도록 도와준 것도 그였다.

  답답한 냉궁에 갖혀 바깥구경 한번 하지 못하고 살수 밖에 없는 가련한 운명앞에 그녀는 그렇게 무릎을 꿇지 않았다. 세자빈 간택날 자신이 본 그 내관의 눈빛을 가슴에 품고 조선의 여인으로 당차게 제 마음을 표현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꼈다.

 

  반전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읽어서 느끼는 반전의 묘미는 더 큰것 같다. 군데군데 마련된 작가의 힌트 때문에 설마설마...하면서 읽기는 했지만 그것이 확실해지자 오히려 안도감이 더 들었다. 권력과 부귀를 버리고 자신의 삶을 찾는 은빈의 삶에서 진정으로 현명한 것은 은빈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녀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자유가 아니었을까

  열린 결말로 끝이 났지만 그녀가 자유와 함께 사랑도 찾았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왕의 사랑을 찾고 음모와 함께 내팽겨쳐질 운명이 될 뻔한 은빈의 이야기가 끝이 아니라 중간,끝에서까지 새로운 이야기가 계속 전개되어서 책을 덮는 순간까지 뜨거운 심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이 좋아 산에 사네 - 산골에서 제멋대로 사는 선수들 이야기
박원식 / 창해 / 200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은 모두 산 얘기뿐이다. 28명의 인물들뿐만 아니라 저자마저도 자타가 인정하는 산사람이라 산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산 매니아들의 동호회 같은 느낌마저 든다.각박한 도시 생활에 이골이 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어릴 적 고향의 향수를 느끼며 시골 산에서 살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 부모님도 늙어서는 한적하고 공기좋고 물 좋은 산 아래에 집을 짓고 살고 싶다고 말씀하시곤 한다.산의 매력은 무엇일까? 난 어릴 때는 마냥 바다가 좋았다. 드넓게 펼쳐져있는 수평선과 일렁이는 파도와 바다향내음을 맡을 수 있는 그곳. 하얀 백사장에서 뛰어놀며 물놀이할 수 있는 바다가 어린 내게는 새로운 세상이었고 마음의 휴식처였다. 하지만 산의 매력에 풍덩 하고 빠진 것이 설악산 수학여행이후인 것 같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발견했고, 내 몸의 나쁜 기운이 모두 빠져나가는 듯한 신선한 공기를 느꼈고, 자연이 바로 옆에서 숨쉬고 있다는 생명력을 전해 받았으며 거짓 없는 순수함을 배웠다.

 내가 느낀 바로는 비교할 수 없는 여러 매력을 28명의 시인, 스님, 농부, 예술가..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들려준다. 
도시 생활의 각박함을 벗어던지고 귀농하여 성공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농부. 그들은 하나같이 귀농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세상과 동떨어져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외로움과 격리감을 이겨내고 잘 적응해야 하고, 이웃과의 관계도 정을 나눌줄 알아야 한다. 요즘 도시를 떠나 농촌에 귀농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지만 그에 비해 실패할 확률도 높으므로 여기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준비를 잘해가고, 새롭게 마음가짐도 가져봄 직하다. 산에 일정한 거처를 정하지 않고 도인처럼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산 전체를 내 집같이,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거주하는 이들은 정착한 것이 아니라 주둔하고 있다. 언제든지 다른 집으로 옮겨갈 수 있음을 의미하며 방랑시인 김삿갓처럼 그런 삶을 자처하고 있었다. 산에 살면서 가장 산의 이로움을 많이 받는 이들은 시인과 예술가들인 것 같다. 산을 그리며, 산을 노래하고, 산속에서 예술 활동을 하고, 산 이야기를 전해준다. 혹자는 글을 쓸려면 매스미디어를 가장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곳에서 작업을 해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독자의 기호를 따 갈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여기 산 사람들은 산 속에서 고독을 벗삼아 나무에게 말하고, 꽃에게 속삭인다. 
티비에서도 본적 있는 소설가 이외수님은 산속에서 고뇌를 이기고 외로움과 결별하며 산속에서 만 3년째 살고 계신다. 한달 방문객만 250명이라니...무료 강연회의 연수생들을 지도해주며 그 곳에서 집필도 하며 산중에 사는 맛을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을 했다. 소개된 분들은 모두 산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산에게 무엇을 바라는 게 아니라 산이라는 그 자체로 무한한 에너지를 받고 있었다. 한 달에 한번은 꼭 산에 가려고 노력한다. 이분들처럼 많은 사연과 우여곡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단 한 가지 같은 점은 내가 산에 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산이 좋아 산에 가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탕나라 사람들 - 목욕탕에서 발가벗겨진 세상과 나
신병근 지음 / 시대의창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뻥글이와 똥희와 목욕탕 여행기 

우선은 뭔지 알 수 없는 그림이 가득한 책을 받아들고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붓으로 그린 것 같기도 하고 붓펜으로 그린 것 같기도 한 선이 굵직한 그림에서 강렬한 힘이 느껴졌다.  

일곱 살 어린 두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탕나라 여행은 대중들이 누구나 즐겨하고 좋아하는 목욕탕이란 곳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서 신선하다. 목욕탕 입구에서 시작해서 탕에 들어가고, 때를 밀고, 나오기까지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생활이기도 한 이 책은 어찌보면 동화같기도 하다. 주인공이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순수함이 동화의 느낌이 든다. 하지만 더 깊게 생각하면 그리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들을 작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것 같다. 그래서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을 하는 작가를 통해 황당함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목욕탕 안에서 사람들은 모두 벗고 있음에도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뻥글이와 똥희는 이 모습을 힐끔힐끔마을이라고 말함으로써 다들 겉으로는 안그런척 하면서 남을 의식하는 우리의 모습을 표현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남을 의식하면서도 목욕탕에서만큼은 서로 감출수 없다. 진솔함을 드러낼 수 밖에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인간은 누가나 감추고 싶어하는것이 있겠지만 목욕탕에서는 발가벗은 속살을 들어내어 너나 나나 모두 같은 존재이며 누가 더 뛰어나지도 뒤떨어지지도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사람들은 왜 때를 미는 걸까?
이렇게 묻는 뻥글이의 물음에 머뭇머뭇거리는 나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똥희는 때를 밀면서 뭔가 잘못 쓴 흔적들을 지우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거라고 했다. 때를 민다는 것은 몸을 깨끗이 하는 것이다. 알게 모르게 쌓여온 먼지와 더러움들이 차곡차곡 쌓여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뜨거운 물과 만나면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는 듯이 스물스물 기어나온다. 때를 밀면서 몸의때를 깨끗이 하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의 때까지도 같이 밀어 없애서 정화시켜주는 것 같다. 몸이 개운한 것인지 마음의 때를 덜어서 개운한 것인지 때를 밀고 나면 뿌옇던 세상이 뚜렷해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목욕이 끝날때쯤 손을 살펴보면 쭈글쭈글한데 이 모습을 보고 똥글이와 뻥희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다고 해서 웃음을 자아냈다.

사람이 누워있는 듯한 형상을 한 탕나라의 지도와 함께 떠난 여행.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작가의 세심한 관찰력과 어린아이의 동심어린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이야기가 결합돼서 신선하게 다가온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6살, 도전의 증거
야마구치 에리코 지음, 노은주 옮김 / 글담출판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꿈을 꾸는 일은 누구나가 할 수 있지만, 꿈을 이루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에리코를 만나면서 그녀는 결코 흔하지 않은 사람이며, 한 인간으로써 존경이란 말을 감히 써도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야마구치 에리코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CEO가 되기까지의 인생여정을 그린 도전기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싶다는 꿈을 위해 개발도상국인 방글라데시에서 생산한 천을 사용해서 가방을 만들어 그들의 경쟁력을 만들어낸다. 이제는 어엿한 사장으로써 주문처를 더 늘릴수 있지만 지금 고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경써주기 위해 무리한 확장을 하지 않는다.

깜깜한 막다른 골목이 와도 무너지지 않고 끝끝내 이루어 내며 그 많은 눈물에 대한 보상을 받는 그녀이기에 참 배울점이 많다.

왕따 시절을 극복하려고 절대 넘을 수 없을 것 같던 교문을 넘어서면서, 유도부에 들어가 남자들 틈에서 똑같이 훈련받으면서, 가방을 배우겠다는 일념하나로 장인학교를 무사히 졸업하면서, 방글라데시에서 가방을 만들기까지 너무나 많은 고비를 넘겨왔다. 처절하리만큼 치열하게, 쉴틈없이 앞길을 달려온 그녀다.

문제가 생길때마다 주저앉아 우는게 아니라 좀 가볍게, 좀 여유롭게, 먼 관점에서 살펴보면서 문제의 해결책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문제를 너무 문제로만 인식한다면 너무 어렵게 생각되고, 심각하게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그 사소한 일 하나도 우리에게 큰 경험을 선물하고, 강하게 만들어준다는 그녀의 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주트라는 천으로 가방을 만들기 위해 공장을 찾아다니고, 디자인 작업을 하고, 그들과 함께 가방을 완성하기까지 지치고도 고달픈 역경이 있었다. 하지만 지쳐있을 때, 절망하고 있을 때, 주변에서 들려오는 “힘내!”라고 해주는 긍정의 메시지를 흘려 듣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조금 더 걸어가면 길이 보인다는 그녀였다. 그것은 자신이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에서 내 맘에 가장 새겨두어야 할 대목이 바로 자신에 대한 믿음에 대한 내용이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선 자신을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의 꿈은 자신만이 가장 잘 이해하기 때문에. 하지만 ..... 혼자서는 힘들다고 느낄 때는, ‘나 혼자’가 아니라 ‘나와 함께’라는 의미로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아야 한다.

에리코가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수많은 일에 도전하며 이루어냈는데, 그녀와 같은 나이인 나는 힘들다고 울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도 차근차근 하나씩 도전하는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그녀처럼 성공한 모습을 꿈꿔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