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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좋아 산에 사네 - 산골에서 제멋대로 사는 선수들 이야기
박원식 / 창해 / 2009년 5월
평점 :
책은 모두 산 얘기뿐이다. 28명의 인물들뿐만 아니라 저자마저도 자타가 인정하는 산사람이라 산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산 매니아들의 동호회 같은 느낌마저 든다.각박한 도시 생활에 이골이 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어릴 적 고향의 향수를 느끼며 시골 산에서 살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 부모님도 늙어서는 한적하고 공기좋고 물 좋은 산 아래에 집을 짓고 살고 싶다고 말씀하시곤 한다.산의 매력은 무엇일까? 난 어릴 때는 마냥 바다가 좋았다. 드넓게 펼쳐져있는 수평선과 일렁이는 파도와 바다향내음을 맡을 수 있는 그곳. 하얀 백사장에서 뛰어놀며 물놀이할 수 있는 바다가 어린 내게는 새로운 세상이었고 마음의 휴식처였다. 하지만 산의 매력에 풍덩 하고 빠진 것이 설악산 수학여행이후인 것 같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발견했고, 내 몸의 나쁜 기운이 모두 빠져나가는 듯한 신선한 공기를 느꼈고, 자연이 바로 옆에서 숨쉬고 있다는 생명력을 전해 받았으며 거짓 없는 순수함을 배웠다.
내가 느낀 바로는 비교할 수 없는 여러 매력을 28명의 시인, 스님, 농부, 예술가..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들려준다.
도시 생활의 각박함을 벗어던지고 귀농하여 성공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농부. 그들은 하나같이 귀농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세상과 동떨어져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외로움과 격리감을 이겨내고 잘 적응해야 하고, 이웃과의 관계도 정을 나눌줄 알아야 한다. 요즘 도시를 떠나 농촌에 귀농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지만 그에 비해 실패할 확률도 높으므로 여기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준비를 잘해가고, 새롭게 마음가짐도 가져봄 직하다. 산에 일정한 거처를 정하지 않고 도인처럼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산 전체를 내 집같이,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거주하는 이들은 정착한 것이 아니라 주둔하고 있다. 언제든지 다른 집으로 옮겨갈 수 있음을 의미하며 방랑시인 김삿갓처럼 그런 삶을 자처하고 있었다. 산에 살면서 가장 산의 이로움을 많이 받는 이들은 시인과 예술가들인 것 같다. 산을 그리며, 산을 노래하고, 산속에서 예술 활동을 하고, 산 이야기를 전해준다. 혹자는 글을 쓸려면 매스미디어를 가장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곳에서 작업을 해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독자의 기호를 따 갈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여기 산 사람들은 산 속에서 고독을 벗삼아 나무에게 말하고, 꽃에게 속삭인다.
티비에서도 본적 있는 소설가 이외수님은 산속에서 고뇌를 이기고 외로움과 결별하며 산속에서 만 3년째 살고 계신다. 한달 방문객만 250명이라니...무료 강연회의 연수생들을 지도해주며 그 곳에서 집필도 하며 산중에 사는 맛을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을 했다. 소개된 분들은 모두 산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산에게 무엇을 바라는 게 아니라 산이라는 그 자체로 무한한 에너지를 받고 있었다. 한 달에 한번은 꼭 산에 가려고 노력한다. 이분들처럼 많은 사연과 우여곡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단 한 가지 같은 점은 내가 산에 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산이 좋아 산에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