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나라 사람들 - 목욕탕에서 발가벗겨진 세상과 나
신병근 지음 / 시대의창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뻥글이와 똥희와 목욕탕 여행기 

우선은 뭔지 알 수 없는 그림이 가득한 책을 받아들고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붓으로 그린 것 같기도 하고 붓펜으로 그린 것 같기도 한 선이 굵직한 그림에서 강렬한 힘이 느껴졌다.  

일곱 살 어린 두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탕나라 여행은 대중들이 누구나 즐겨하고 좋아하는 목욕탕이란 곳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서 신선하다. 목욕탕 입구에서 시작해서 탕에 들어가고, 때를 밀고, 나오기까지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생활이기도 한 이 책은 어찌보면 동화같기도 하다. 주인공이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순수함이 동화의 느낌이 든다. 하지만 더 깊게 생각하면 그리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들을 작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것 같다. 그래서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을 하는 작가를 통해 황당함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목욕탕 안에서 사람들은 모두 벗고 있음에도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뻥글이와 똥희는 이 모습을 힐끔힐끔마을이라고 말함으로써 다들 겉으로는 안그런척 하면서 남을 의식하는 우리의 모습을 표현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남을 의식하면서도 목욕탕에서만큼은 서로 감출수 없다. 진솔함을 드러낼 수 밖에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인간은 누가나 감추고 싶어하는것이 있겠지만 목욕탕에서는 발가벗은 속살을 들어내어 너나 나나 모두 같은 존재이며 누가 더 뛰어나지도 뒤떨어지지도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사람들은 왜 때를 미는 걸까?
이렇게 묻는 뻥글이의 물음에 머뭇머뭇거리는 나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똥희는 때를 밀면서 뭔가 잘못 쓴 흔적들을 지우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거라고 했다. 때를 민다는 것은 몸을 깨끗이 하는 것이다. 알게 모르게 쌓여온 먼지와 더러움들이 차곡차곡 쌓여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뜨거운 물과 만나면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는 듯이 스물스물 기어나온다. 때를 밀면서 몸의때를 깨끗이 하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의 때까지도 같이 밀어 없애서 정화시켜주는 것 같다. 몸이 개운한 것인지 마음의 때를 덜어서 개운한 것인지 때를 밀고 나면 뿌옇던 세상이 뚜렷해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목욕이 끝날때쯤 손을 살펴보면 쭈글쭈글한데 이 모습을 보고 똥글이와 뻥희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다고 해서 웃음을 자아냈다.

사람이 누워있는 듯한 형상을 한 탕나라의 지도와 함께 떠난 여행.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작가의 세심한 관찰력과 어린아이의 동심어린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이야기가 결합돼서 신선하게 다가온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