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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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 게임을 아는가? 짜장면 vs 짬뽕, 찍먹vs부먹 같이 취향을 묻는 단순한 선택지부터 월 200씩 만 받는 백수 vs 월 500 넘게 받는 직장인, 과거로 돌아가기 vs 미래로 가보기 같은 조금은 생각이 필요한 선택지까지, 양극단인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하고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하나만을 선택하게 하는 방식의 게임이다.

그런데 만약 이 밸런스 게임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그것도 단순히 짜장이냐 짬뽕이냐 같이 단순한 상황이 아닌, 누군가의 목숨이 달려있을지도 모르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골라야 하는 거라면? 그때에도 사람들은 밸런스 게임을 하는 것처럼 하나의 선택지를 쉽게 고를 수 있을까? 수잰 레드펀 작가의 책 『한순간에』는 그런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1. 줄거리 소개

고등학생인 핀과 가족들, 그리고 절친한 이웃들은 스키 여행을 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행복한 휴가를 상상하며 기대에 부풀어 있던 그들 앞에 사슴 한 마리가 갑자기 도로로 튀어나오고 당황하며 핸들을 급하게 꺾다가 산속 아래로 추락하고 만다. 그것도 눈이 많이 내려 지나가는 사람들도 없는 아주 추운 밤에. 추락한 그 자리에서 핀은 즉사를 하고, 운전을 하며 일행을 이끌던 핀의 아빠는 크게 다쳐 의식을 잃는다. 추락할 때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다른 일행들은 추위와 공포에 시달리며 패닉 상태에 빠진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될까?

2. 유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

작가는 이성이 마비되기 쉬운 극한의 상황 속에 인물들을 내몰고 그들이 하는 선택들과 그에 뒤따라오는 결과,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지켜본다. 그런 인물들을 폭넓게 보기 위해 작가는 자연환경과 장애물에 얽매여 있지 않지만 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안에 속해있는 인물을 서술자로 내세운다. 사고가 나자마자 죽은 핀을 유령으로 등장시켜 지켜보게 하는 것이다.

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내가 선택하는 곳에 존재할 뿐이다. 보이지 않고 소리도 없이. 나에게 허용된 것은 목격, 의식. 그 이상의 것은 없다.

p.153

위에 인용한 문장처럼 핀은 유령이 되어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 가족들과 친한 친구, 이웃을 지켜본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와 같은 방식이 '플라이 온 더 월', 벽에 붙은 파리라는 관찰자 시점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독특한 시점 활용은 1인칭 관찰자 시점이 3인칭 관찰자 시점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한다. 덕분에 소설 속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 혼자 있을 때 솔직한 속마음을 드러내는 장면을 그 어떤 포장도 없이 관찰할 수 있었다.

3. 극한의 상황 속에서 하는 선택들

계속 이어지는 추위, 고립되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는 인물들 안에 내재되어 있던 생존 본능을 이끌어낸다. 극단적인 상황이 이끌어낸 본능 앞에서 인물들은 그들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선택들을 한다. 그중에서 가장 눈 여겨보게 된 인물은 밥이라는 캐릭터였다. 풍족한 상황일 때에는 누구보다도 상냥하고 친절했지만 추위와 공포, 굶주림에 시달리자 밥은 자신의 가족들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을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최악의 선택에까지 이르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이기적인 인물이 눈에 들어왔던 이유는 '과연 내게 이런 상황에 놓였다면 그와는 다른 선택을 했을까?'라는 가정 때문이었다. 극한의 상황에 놓여본 적은 없지만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다면 밥과는 다르게 행동할 거라는 확신이 쉽게 들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가 악한 인물이었다면 모를까 사고 이전에 타인을 배려하고 친절을 베푸는 그의 모습으로 인해 그런 의문은 더욱 커졌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을 위하는 그를 비난할 자격이 나에게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소설을 읽는 내내 계속 따라다녔다. 작가 역시 이와 같은 의문을 배제하지 않는다. 밥의 선택을 비판하면서도 소설 중간중간 그런 의문을 제기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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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작가는 밥과는 다른 선택을 하는 인물들을 통해 그의 선택이 결코 옹호 받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인물이 핀의 엄마다. 그녀는 막내딸이 죽고 둘째 딸은 남자친구를 따라 어두운 눈길을 떠나고 남편은 의식을 잃고 쓰려져 있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다른 일행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추위에 떠는 핀의 친구 모에게 핀의 옷을 건네주고 구조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직접 나서는 선택을 하는 그녀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을 위하는 밥과는 대조적이다. 핀의 친구인 모나 차에 동승했던 카일 역시 밥과는 다른 선택을 내리며 그의 선택이 아무리 위험한 상황 속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해도 정당화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물론 그들이나 다른 인물들이 시종일관 희생적인 선택을 내리지만은 않는다. 그들 역시 순간적으로 (다른 사람들 눈에 안 좋게 비칠 수 있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도저히 돌이키기 힘든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최종적으로 그들과 밥을 다르게 만드는 건 사고 이후의 태도들이다.

밥은 자신의 선택으로 타인을 위험하게 만들었음에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선택이 불러온 끔찍한 결과를 부정하기 위해 또 다른 위험한 선택들을 하며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비겁한 모습만 보인다. 그런 그가 반성이나 후회를 느끼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다른 인물들은 그와는 다른 태도를 보인다. 그들을 사고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상처를 얻고 자신이 했던 어리석은 선택에 크게 후회하며 괴로워한다. 그들이 후회를 느끼는 방식은 각양각색이다. 사고와 상처를 외면하거나 자신에게 향하는 분노를 엉뚱한 사람에게 푸는 등 여러 가지 태도를 취하지만 결국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사고에서 드러난 자신의 추한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더 나은 선택과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그들은 상처와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서로를 보듬으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간다.

4. 실화에 기반한 이야기

놀랍게도 이 소설은 실화에 기반했다고 한다. 작가가 어렸을 적 했었던 경험을 토대로 썼다고 하는데 이 정보는 책 뒤쪽에 실린 작가의 말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덕분에 소설을 보는 내내 가지고 있던 '

만약 나라면...'이라는 가정을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다. 픽션이었다면 밥을 그냥 소설에 등장하는 허구적인 인물로 치부할 수 있었겠지만 실제로 그런 인물이 있고 작가가 직접 경험을 해봤다는 건 또 다른 차원이니까 말이다. '작가의 말' 뒤에 실려있는 '이야기가 끝나고' 역시 의문을 계속 이어가는 데 도움을 주었다. '작가의 말'이나 '이야기가 끝나고' 모두 소설을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의문을 가지고 볼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는 가이드북이니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복기해볼 때 참고를 해보거나 아니면 아예 읽기 전 이것들을 먼저 읽어보고 소설을 읽어보는 게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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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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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미아라고 규정하는 박노자가 바라본 오늘날의 대한민국과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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