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인용한 문장처럼 핀은 유령이 되어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 가족들과 친한 친구, 이웃을 지켜본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와 같은 방식이 '플라이 온 더 월', 벽에 붙은 파리라는 관찰자 시점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독특한 시점 활용은 1인칭 관찰자 시점이 3인칭 관찰자 시점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한다. 덕분에 소설 속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 혼자 있을 때 솔직한 속마음을 드러내는 장면을 그 어떤 포장도 없이 관찰할 수 있었다.
3. 극한의 상황 속에서 하는 선택들
계속 이어지는 추위, 고립되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는 인물들 안에 내재되어 있던 생존 본능을 이끌어낸다. 극단적인 상황이 이끌어낸 본능 앞에서 인물들은 그들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선택들을 한다. 그중에서 가장 눈 여겨보게 된 인물은 밥이라는 캐릭터였다. 풍족한 상황일 때에는 누구보다도 상냥하고 친절했지만 추위와 공포, 굶주림에 시달리자 밥은 자신의 가족들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을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최악의 선택에까지 이르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이기적인 인물이 눈에 들어왔던 이유는 '과연 내게 이런 상황에 놓였다면 그와는 다른 선택을 했을까?'라는 가정 때문이었다. 극한의 상황에 놓여본 적은 없지만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다면 밥과는 다르게 행동할 거라는 확신이 쉽게 들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가 악한 인물이었다면 모를까 사고 이전에 타인을 배려하고 친절을 베푸는 그의 모습으로 인해 그런 의문은 더욱 커졌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을 위하는 그를 비난할 자격이 나에게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소설을 읽는 내내 계속 따라다녔다. 작가 역시 이와 같은 의문을 배제하지 않는다. 밥의 선택을 비판하면서도 소설 중간중간 그런 의문을 제기하곤 한다.
그렇지만 작가는 밥과는 다른 선택을 하는 인물들을 통해 그의 선택이 결코 옹호 받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인물이 핀의 엄마다. 그녀는 막내딸이 죽고 둘째 딸은 남자친구를 따라 어두운 눈길을 떠나고 남편은 의식을 잃고 쓰려져 있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다른 일행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추위에 떠는 핀의 친구 모에게 핀의 옷을 건네주고 구조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직접 나서는 선택을 하는 그녀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을 위하는 밥과는 대조적이다. 핀의 친구인 모나 차에 동승했던 카일 역시 밥과는 다른 선택을 내리며 그의 선택이 아무리 위험한 상황 속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해도 정당화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물론 그들이나 다른 인물들이 시종일관 희생적인 선택을 내리지만은 않는다. 그들 역시 순간적으로 (다른 사람들 눈에 안 좋게 비칠 수 있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도저히 돌이키기 힘든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최종적으로 그들과 밥을 다르게 만드는 건 사고 이후의 태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