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끄는 짐승들 - 동물해방과 장애해방
수나우라 테일러 지음, 이마즈 유리.장한길 옮김 / 오월의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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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 먼저 표지를 집중해서 보자. 연두색 배경에 짙은 파란색으로 그려진 실루엣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왼편에 위치한 실루엣은 소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오른 편에는 휠체어에 앉아있는 사람의 실루엣이 그려져 있다. 어떤 사람인지 특정할 수 없는 실루엣이지만 그 시선은 어쩐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소에게 닿아있는 듯 보인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소 실루엣 끝에 바퀴가, 사람의 실루엣 뒤에 몸집이 꽤 큰 짐승의 꼬리가 그려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실루엣에 대한 의문은 표지 디자인을 설명하는 작가의 말을 보면 단박에 풀린다.

그런데 이 이미지를 더 오래 들여다보면 인간의 머리 위에 있는, 형태를 특정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사실 소의 꼬리와 엉덩이이고, 소 뒷다리 쪽의 바퀴가 인간이 탄 휠체어에 달린 것일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림의 양쪽 끝이 이어지는 듯한 효과를 내는 셈이다. 즉 우리는 이것을 분리된 두 개의 실루엣으로 볼 수도 있고, 서 있는 소의 엉덩이 쪽에 인간이 탄 휠체어가 이어지는 하나의 전체 이미지로 볼 수도 있다. -- [표지 설명] 일부 발췌

동물해방과 장애해방을 교차해서 이야기하겠다는 작가의 의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책의 핵심을 담아내고 있는 표지 디자인이다. 이처럼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 그에 대한 설명, 그리고 어릴 적 목격했던 충격적인 장면을 시작으로 작가는 동물해방과 장애해방을 교차시켜 논의하려 한다.

작가는 선천적 다발성 관절 굽음증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관절 굽음증은 신생아 3000명 중 한 명꼴로, 비교적 드물게 나타나는 장애라고 한다. 장애운동가이면서 동물운동가로 활동하는 작가는 장애학과 동물해방이라는 두 가지 관점으로 장애해방과 동물해방이라는 두 가지 논제를 바라보고 탐색한다. 장애학의 시선으로 동물을 바라보기도 하고, 동물 억압을 비판하는 시선으로 장애를 바라보기도 하는 등 시선을 다양하게 교차시켜가며 두 가지 논제를 동시에 논의한다.

작가는 동물해방과 장애해방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먼저 장애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던지는 것으로 질문을 시작한다. 그는 장애가 사회가 인위적으로 규범화시킨 것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인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지극히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라고 언급한다. 그는 장애를 부자연스러운 것, 이상적이지 않은 것, 의존적이고 나약한 것으로 판단하는 비장애중심주의 시선이 우리 사회에 전체적으로 스며들어 있다고 말한다. 자신 역시도 어릴 적 내면에 비장애중심주의가 있었다는 고백과 함께 말이다.

비장애중심주의(ableism) : 장애가 없는 상태가 가장 이상적이고 정상이며, 반대로 장애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상정하는 가치관이자 이데올로기다. 이를 처음 문제 제기한 장애운동 진영과 연구들은 이 용어를 통해 장애를 '이상'으로 분류하면서 비장애를 '정상'으로 규범화하는 사회를 비판하고자 했다. '능력/할 수 있음'을 뜻하는 단어 'able'에서 파생됨. -- 40쪽

장애를 부족한 것으로 낙인 짓는 이 행위는 그대로 동물에게로 향한다. 장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동물에게 그대로 투사하는 것이다. 비장애 중심주의, 그리고 거기에 더해 사람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동물을 열등하다고 바라보는 비인간화가 더해지면서 동물은 억압당하고 착취당한다. 의사소통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직립보행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인간들은 동물을 열등한 존재로 인식한다. 인도주의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이들조차도 동물들이 인간에게 의존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착취에 일조한다.

그런 인간들 때문에 공장식 축산업에 동원된 동물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착취당하며 온갖 장애와 질병을 얻는다. 좁은 칸에 갇혀 끊임없이 알을 낳아야 하는 닭, 사람들의 높은 고기 소비율 때문에 공장식으로 도살당하는 소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뿐만 아니라 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라는 명목 아래 수많은 동물들이 실험도구로 다뤄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불편함을 느꼈었는데 그것은 이 책이 내 안에 내재되어 있는 비장애중심주의를 마주 보게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육식을 즐기고 장애를 시혜적인 태도로 바라보는 그동안의 태도가 책을 읽는 내내 계속해서 떠올랐다. 그동안 동물해방과 장애해방에 무관심이었던 게 무의식중에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죄책감을 느끼기 싫어 자기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한 건 아닌가라는 성찰도 해보게 되었다.

지금 당장 바뀌자는 주장을 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동안 내재되어 있던 편견을 자각해보고 그것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 그것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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