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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죽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고기
패트릭 스벤손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의철학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삶, 죽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고기』는 뱀장어를 소재로 한 에세이다. 아마 이 설명이 많은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 것이다. 뱀장어를 소재로 한 에세이라니? 뱀장어를 소재로 한 책이라면 사람의 인생을 되짚어보는 에세이보다는 물고기를 연구하는 주제로 분류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 것이다. 그런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할 수 있다.
책에는 뱀장어의 일생이나 번식 등 뱀장어에 대해 연구를 한 과거 기록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동시에 저자의 어린 시절과 사람의 일생과 죽음을 생각해보게끔 만드는 질문들도 나오기 때문이다. 작가가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했던 뱀장어 낚시라는 즐거운 추억을 회상하면서 그들 사이를 돈독하게 만들어주던 뱀장어를 자세히 조사한 기록을 집대성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도로를 포장하는 작업을 하는 노동자로 평생을 살았던 작가의 아버지는 무뚝뚝하고 거친 편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다정했던 순간은 어린 시절 아들인 작가와 함께 뱀장어 낚시를 하던 순간이었다. 작가는 아버지와의 즐거웠던 한때를 소환하면서 뱀장어라는 물고기 종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책은 뱀장어의 일생과 번식, 그리고 죽음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프로이트, 요하네스 슈미트, 레이첼 카슨 등 뱀장어를 연구하던 사람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유명한 철학자, 심리학자, 과학자 등 책에서 언급한 유명인들의 직업은 전부 다 다르지만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뱀장어를 연구했다는 점이다. 작가는 이들이 뱀장어를 연구했던 시기와 탐구했던 주제, 그를 위해 그들이 넘어야 했던 과정들을 자세히 언급한다. 뱀장어 자체에 주목을 하기보다는 뱀장어를 연구하던 유명인들의 삶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춘 셈이다.
작가는 동시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교차해서 언급한다. 뱀장어를 연구하던 사람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이후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간단히 언급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가 책에서 서술하는 어린 시절은 그가 아버지와 함께 뱀장어 낚시를 하던 때이다. 무뚝뚝했지만 아들과 함께 뱀장어 낚시하는 걸 좋아했던 아버지와 그와 함께 쌓았던 추억들을 차근차근 언급하며 즐거웠던 과거를 회상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삶과 가치관이 드러난다. 아름다웠던 배경에 대한 묘사나 한낮의 나른함과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과거에 대한 묘사는 절로 웃음이 나오게 만든다. 또한 뱀장어에 대한 빽빽한 묘사로 지쳤을지도 모르는 독자들에게 짧은 휴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뱀장어라는 소재 외에 전혀 겹쳐 보이는 게 없는 두 이야기 - 뱀장어를 연구한 사람들과 어린 시절 -를 어째서 작가는 동시에 서술한 것일까? 이런 의문은 책을 읽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작가는 뱀장어를 연구한 사람들의 일생과 뱀장어 낚시를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삶에서 하나의 물음을 건져낸다. 그것은 바로 인생에 대한 질문이다. 뱀장어에 대한 설명과 연구는 곧 사람을 탐구하고 그 인생과 존재 가치, 그리고 삶과 죽음으로 흐른다. 뱀장어를 통해 인생을 탐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과 탐구는 아버지와의 추억에도 존재한다. 작가는 아버지와 함께 했던 뱀장어 낚시를 통해 아버지의 인생을 되짚어보고 더 나아가 자신의 근원까지 탐색해나간다. 세찬 물길과 고된 여정을 거쳐 사르가소해로 향해가는 뱀장어처럼.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