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와 조지 오웰, 카를 마르크스.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기자, 즉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이들의 유명한 저작들에 비해 그들이 기자로 활동하며 쓴 기사들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더 저널리스트는 그동안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그들의 기사를 엮어 모아 하나의 책으로 출간했다. 헤밍웨이는 바로 이 시리즈의 첫 타자이다.
헤밍웨이가 기자 활동했던 시기는 크게 두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신참으로 시작해 전업 기자로 활동한 초기(1910년대 후반 - 1920년대 중반)와 작가로 이름을 알리고 특정 주제만을 보도한 시기(1930년대 이후)로. 책의 1, 2부는 초기 기자 생활에 쓴 기사들이 주로 나오고 4, 5부는 작가로 유명해지고 난 후 스페인 내전과 같은 전쟁과 국제 정세를 주로 보도한 시기에 쓴 기사들이 엮어져 있다. 3부는 시기적으로 보면 기자 생활 초기에 해당하지만 특파원 자격으로 유럽에 파견되어 취재를 하며 쓴 기사들이 있어 1, 2부와는 다소 결을 달리하는 편이다.
시기가 다른 만큼 헤밍웨이가 취재를 하는 내용이나 주제도 그에 따라 다르다. 신참 기자로 활동하던 시기에 작성한 기사들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의 사회현상이나 사람들의 모습을 주로 다뤘다. 참전 군인의 열악한 형편이나 기득권층의 위선을 고발하는 기사도 있는가 하면 단순한 신변잡기용 기사나 권투 경기 관람을 그린 기사도 섞여있다. 그렇지만 그 기사들 속에서도 사람이라는 복잡다단한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무엇이 공정한가와 같이 그가 느끼던 문제의식도 스며들어 있다. 그가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대로 묻어있는 것이다.
3부로 접어들면서 기사에서 주로 포착하는 주제는 전쟁으로 넘어간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유럽 특파원으로 파견되어 조금씩 감돌던 전쟁의 기운과 파시즘과 제국주의의 팽창을 직접 겪고 느낀 기사들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파시스트 정당을 조직해 독재자가 되어가는 무솔리니를 직접 만나 자신이 느낀 점을 쓴 기사를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헤밍웨이가 무솔리니의 모습을 통해 파시즘과 극우주의, 그리고 전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견해는 4, 5부로 들어서면서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시기는 헤밍웨이가 작가로 명성을 얻은 후 아예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만을 취재했기 때문이다. 그가 주장하는 바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생각을 좀 더 직접적으로 엿볼 수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 가장 눈여겨서 봐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악의 없는 장난기가 그 시대의 치명적인 진지함과 충돌하는 상황을 담은 나비와 탱크는 단편소설인가 싶을 정도로 탄탄하면서도 그 당시 스페인 내전을 겪고 있는 스페인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5부에 들어서는 국제정세를 파악하는 헤밍웨이의 예리함이 빛을 발한다. 현대 전쟁에서 당신의 죽음은 그저 개죽음일 뿐이라는(188쪽) 말과 전쟁으로 인해 큰 부상을 입은 이탈리아 군인들을 무솔리니가 '제국주의 오믈렛'을 완성하는 데 희생시킨 '깨진 달걀'(195쪽)이라고 표현하는 말을 통해 헤밍웨이가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극명하게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