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나들
김남석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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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가볍게 든 무겁게 든, 혹은 지적 허영심에서든 자아를 탐구해보고 호기심을 가진 순간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자아 탐구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자아를 핵심으로 두고 다루고 있지만 독서 난이도는 높지 않다. 작가가 소설이나 연극, 영화같이 사람들에게 익숙한 대중매체들 속 이야기를 통해 자아를 탐구하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가볍게 호기심을 가지고 있지만 어려운 철학 개념이나 단어는 딱 질색인 사람들은 이 책을 집어 들고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익숙한 이야기들 속에서 평소 고민해왔거나 느껴왔던 것들을 마주할 수 있을 테니.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이나 연극, 영화 속 스토리를 분석하고 그 안에 숨겨져 있는 '나'를 발견하는 방식이다. 그를 위해 작가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대중매체의 스토리텔링을 내세운다. 그중 첫 번째로 꺼내든 이야기가 그 유명한 오이디푸스 왕 신화인 게 의미심장해 보인다. 신화는 그 어떤 이야기들보다도 오랜 시간 보존되어 내려온 이야기이며 그 안에 사람의 원형이 담겨있으니 말이다. 특히 오이디푸스와 같이 운명을 극복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마는 인간상은 이런 운명을 맞이한 나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던질 수 있게 해준다.

존재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신화를 시작으로 작가는 본격적으로 '나'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기 시작한다. '나'의 본질을 탐색하고(1부) '나'가 인간인 이유를 알아가고(2부), '나'의 정체성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름과의 관계(3부), 과거의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그 과거가 현재의 '나'가 되도록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짚어보고(4부), '나'가 가지고 있는 가면을 관찰해보고(5부) 더 나아가 '나'와 타자, 즉 '너'와의 관계가 만들어낸 '우리'를 들여다본다.(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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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몇 가지 인상적인 점들이 있었다. 아일랜드의 독립운동사를 담은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서 자아를 찾으려 시도한 점이었다. 정확히는 그 영화에 나타난 인간관계를 통해 나와 타인과의 관계, 그 속에서 생겨나는 질문들을 이야기 한 것이지만 주로 역사나 투쟁, 이념 갈등이라는 주제로 분석하는 영화에서 자아에 대한 물음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발상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멜로 영화인 <뷰티 인사이드나> 히어로물인 <스파이더맨>을 통해 자아를 탐구한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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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인상 깊게 느꼈던 부분은 기억에 대해 이야기는 파트였다. 4부에서는 자아에 대한 탐색을 기억과 연결해 설명하는데 그 과정에서 <메멘토>와 <라쇼몽>을 내세운 것이 인상적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작품들이 자아탐색을 이야기하는데 주로 언급되는 작품이 아니어서 인상적이었던 것에 반해 <메멘토>와 <라쇼몽>은 기존에도 자아나 기억과 연결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었다. 인상 깊게 본 영화이고 분석 글들을 많이 찾아봤었는데 이렇게 책에서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분석을 마주할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특이하게 느껴졌던 점은 주로 영상매체를 많이 제시한다는 점이었다. 김승옥 작가의 작품을 분석하며 자아를 살펴볼 때, 소설인 <무진기행>보다는 영상화한 작품의 대본을 텍스트로 제시한 점이 대표적이었다. 작가가 의도한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영상매체를 보고 자라 이미지나 영상으로 스토리를 상상해보는 게 편한 편이라 가볍지 않은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보지 못했던 영화나 작품들이 설명으로 나오는 경우에도 작가가 그 스토리를 알기 쉽게 설명을 해준 덕분에 책을 읽는데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는 못했다. 자아를 탐색하는 글과 영화를 분석하는 글, 그 사이에 놓인 책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자아를 탐색하면서도 아래로 하강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수직적으로 아래로 계속 하강하며 심연이라는 좁은 공간 속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덩굴이 담벼락을 타고 넘어가듯 뿌리에서 가지로, 잎새로 나아가며 범위를 넓혀간다. 이러한 구성 덕분에 책을 읽으며 내면에 침잠하기보다는 옆이나 위로 뻗어있는 질문들을 천천히 붙들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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