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 - 다중우주의 비밀을 양자역학으로 파헤치다
로라 머시니-호턴 지음, 박초월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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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녘사이언스에서 SF 영화 및 소설에서 흥미로운 개념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멀티버스에 대한 책이 나왔다. [332쪽, 무게 413g]

멀티버스(Multiverse)란 멀티(Multi)와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다중 우주를 뜻하는 말이다. 우주가 하나가 아닌 여러 개가 존재한다는 뜻.

저자는 알바니아 출신의 여성 물리학자로, '양자 경관 다중우주 이론'을 창시했으며,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이론물리학과 우주론 교수로 재직중이다. 개인적인 경험들이 책 속에 많이 녹아있는데, 그 중 1991년 전까지 존재한 알바니아 공산주의 정권의 핍박 속에서 유년 시절 어떤 영향을 받게 되었는지에 대해 서술한 부분도 있다.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라는 제목으로 흥미를 끄는 책은 책 표지도 웅장하다. 검은 색 표지에 그림으로 우주가 담겨있고, 다중 우주의 비밀을 양자역학으로 밝힌다는 이 책,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해줄까?

독서를 마친 후의 감상은, 나 같은 일반인에게는 개념들이 많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물리학도에게는 쉬운 개념일 수 있겠으나, 다행히 저자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물리학이라면 난해하여 끝까지 읽기 힘든 독자들을 위해 최대한 요약해보자면, 양자론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양자 세계에선 하나의 물체가 입자와 파동이라는 서로 다른 두 상태로 존재할 수 있으며, 두 상태 사이를 끊임없이 오갈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양자세계 전체는 확률에 기반한다 (p82)

양자 우주의 기본은 우주의 탄생을 포함한 모든 사건이 불확정적이고 확률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책의 초반에서 우리 우주가 자발적으로 형성될 가능성은 매우 적으며, 만일 우리 우주가 탄생한 이래 팽창했다면, 말 그대로 무한한 에너지 밀도를 가진 공간상의 한 지점(특이점)에서 시작된 것이 분명하다는, 호킹과 펜로즈의 특이점 정리를 소개한다.(p34~35) 이는 우리 우주의 탄생이 우리가 연구할 수 있는 능력밖의 일이라는 뜻으로, 저자는 이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된다. 

우리 우주는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 우주가 극미한 확률을 뚫고 태어날만큼 특별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깊은 탐구의 끝에, 저자는 우주가 단 하나밖에 없다는 가설이 문제였다고 했다.

이에 머시니-호턴(저자)는 리처드 홀먼과 함께  '양자 경관 다중우주론'을 펼친다.

우리 우주는 빅뱅 이전 우주의 파동함수에 포함되던 여러 가능성 중 하나였다. 우주 파동함수의 여러 잠재적 우주들은 끈 이론에서 도출되는 에너지 공간을 누비다가 특정 확률에 따라 에너지를 얻고 제각기 빅뱅을 거쳐 고유한 거시 우주로 성장한다(p 330 참고 및 요약)

먼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이용하여 우주의 질량-에너지의 양을 우주의 곡률 및 팽창으로 관련지은 조지 가모프의 '뜨거운 빅뱅' 이론이 있었으나, 이는 우주의 평탄성, 물질 분포의 균일성, 온도의 균질성을 설명할 수 없었다. (p64)

우주의 기원은 앨런 구스와 안드레이 린네의 '인플레이션 우주론'에서는 빅뱅의 순간에 천천히 구르던 원시 입자, 인플라톤의 존재를 가정하여 이를 설명했다. 빛이든 입자든, 원시 우주에 존재하던 모든 것의 파동이 우주가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늘어난다는 것. (p71) 이 또한 우리 우주의 기원을 탐구할 가능성을 차단한다.

그런데 인플라톤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한 에너지가 어디서 왔겠느냐는 물음. 호기심으로 계속 읽게 된다. 인플레이션 우주론은 절묘하게 매끄러운 작은 공간에서 높은 에너지를 갖고 미세하게 조정된 채로 시작되었어야한다는 엄청난 가정을 전제한다. 

열역학 제 2법칙에 따르면 우주의 엔트로피는 시작한 상태를 기점으로 증가하게 되는데, 어떤 우주 모형도 절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엔트로피가 감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주는 무질서한 상태에서 질서 있는 상태로 재편될 수는 없다는 모순이 생긴다. (p134~135)

일련의 다양한 사고 실험을 거친 저자는, 모든 것들의 전제인 우주가 단 하나밖에 없다는 전제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제 5장에서 슈뢰딩거의 방정식을 소개하는데, 입자가 어느 경로를 선택할 지는 미리 알 수 없는며 각 경로마다 고유한 발생 확률을 가진다. 이 때 양자입자를 원시 우주라고 생각하면 다양한 원시우주가 존재할 가능성을 의미하며, 제각기 고유한 존재확률을 가질 것이라고 한다. (p148)

휴 에버렛은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을 비판하며, 양자역학을 우주에 직접 적용한 주장을 한다. 이는 다중 세계로 이루어진 복잡하고 기괴한 우주. 에버렛은 모든 우주들은 똑같은 확률로 존재할 권리를 가지며, '보편적 우주 파동함수'라는 이론을 펼치며, 이는 '평행우주'라는 개념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바 있다.

물리학계에서 다중우주 연구는 거의 금기시되어 있었던 분위기에서의 저자도, 실패할 각오를 하고 연구를 지속했다고 한다. 다중 우주의 존재를 검증하거나 관측하기 어렵다면 과학 이론이 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시행 착오를 거친 저자는 마침내, 끈이론 경관에 갇힌 파동함수 갈래들에서 생성되는 모든 우주가 탄생할 확률이 제각기 다르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는 양자 경관에서 탄생할 가능성이 높은 우주는 고에너지에서 시작하는 원시우주라는 것. 따라서 우리 우주의 탄생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결론이 틀린 것이었다. 

또한 밀어내는 중력과 양자 요동으로 결정되는 '진화적 선택'으로 탄생 가능성이 높아진 것일 뿐이라 한다. 

이론에 불과할 수도 있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우주 배경복사에서 찾을 수 있었다. 우주배경복사와 물질 분포가 얽힘의 초기 효과로 인해 현재 어디에서 어떻게 뒤틀리고 변형되어 있는 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것. (p269)

연구팀은 계산을 통해 몇 가지 변칙 현상을 수학적으로 예측해 냈고, '거대 거시공동'이라는 별과 은하가 대부분 도려내져서 거의 아무것도 없는 영역이었다. 

우리 우주에서 기존의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은 변칙 현상들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는 점에 대해서 그 근거를 들었다.(9장~10장)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말을 응용하며 책은 마무리를 짓는다

진리는 세 단계를 거친다. 처음에는 조롱을 받고, 다음에는 격렬한 반대에 직면하다가, 결국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p304)

이 책에서는 정말 다양한 과학자들과 물리학 개념이 나온다. 이론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를 원한다면 배경 지식으로 나오는 물리학 개념에 대해서는 더 찾아보고 공부하는 것이 필요할 정도다.

​아직 이론에 불과하지만 다중 우주론이 기본이 되어 새로운 이론이 검증되며, 이에 대한 것들이 대중에게 널리 사용될 수 있는 실용과학의 수준으로 넓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한 줄평 *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논리적으로 논제를 풀어가면서도 쉽게 설명한 부분들이 눈에 띄는 책. 형광펜으로 줄 쳐가면서 음미해보기 좋은 책이었다. 


*추가로 읽어볼 책*

《멀티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김영사


#양자역학 #무한한가능성의우주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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