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말을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나라. 말을 하기 위해 낱말을 사야만 하는 나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이란걸 어느새 익히고 머리와 마음속의 것들을 문자와 소리로 만들어 내는 대단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 이 놀라운 과정은 태어난 직후 울음이라는 원시적인 소리로 부터 시작해 몇년 내로 엄청난 폭발적인 발달을 하게 해준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능력이기 때문에 아마 말을 하기 위해 낱말을 사야만 하는 나라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나라에 사는 어린 소년 필레아스는 가난때문에 낱말을 살 돈이 없어 곤충만으로 공중에 날아다니는 낱말을 붙잡아 모았다. 이렇게 해서 그가 손에 넣은 단어는 체리, 먼지, 의자. 사랑하는 소녀 시벨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말까지 너무나 가치없이 내뱉으며 살아가는 우리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필레아스의 입장이 얼마나 답답한지 누구보다 잘 이해할 것이다.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손짓, 발짓...별짓을 다해 전하려고 하지 않을까? 필레아스는 사랑하는 시벨에게 인사말도 전하고 사랑한다고 고백도 하고 싶지만 낱말을 가지고 있지 않아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다고 아쉬워 하고 때론 초라한 낱말에 의기소침해지지만, 언제나 미소로 답해주는 시벨이 있어 필레아스는 용기를 낸다. 반짝이는 보석처럼 시벨을 향해 날린 낱말 체리! 먼지! 의자! 향긋한 봄바람을 타고 사뿐히 걸어온 시벨의 입술이 필레아스의 볼에 닿는 순간이란. 시벨과 필레아스는 낱말이 부족하더라도 사랑이란, 또다른 언어를 주고 받을 줄 아는 진정 아름다운 사람 아닐까. 생득적으로 주어지는 놀라운 언어능력보다 더더욱 신비로운 언어는 말을 할줄 안다고 해서 모두 사용하는 능력은 아닌 듯 하다. 이 비밀의 언어로 많은 사람이 소통하는 날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