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점에서 배송된 폭신한 비닐을 뜯었다. 시집 그립감의 책을 꺼내자 광채가 났다. 황금빛 열매 한 알이 손에 쥐어진 것이다.저자 김성신 선생님을 처음 뵌 날을 기억한다. 코끝이 시렸던 1월 인사동이었다. 나는 그분을 보자마자 프랑스의 작가 장 지오노가 1953년에 발표한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에를 만났구나, 싶었다. 남이 알아주든 말든 오랜 세월 묵묵히 나무를 심어 황무지를 숲으로 만든 엘제아르 부피에와 출판 생태계에 활자로 사람을 심는 김성신 선생님의 애씀은 다르지 않았다.언젠가 출판사를 운영하는 분께 “왜 출판을 하세요?”하고 물은 적이 있다. 그분은 이렇게 대답했다.“책 한 권, 한 권을 만드는 건 바둑판에 바둑알을 놓는 것이지요. 그렇게 집을 지어가며 공동체에 여울을 만들기 위해 출판을 시작했어요.”사랑을 뿌려 열매를 맺게 만드는 사람들. 돈을 뿌려 이자를 득템하는 자본주의와 별로 안 친한 이들에게서 나는 신의 속성을 본다. 이 책은 김성신 선생님이 여러 빛깔의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이 서평가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조잘조잘 들려준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을 김성신 출판평론가의 <서평가 되는 법>에도 써먹어 볼까?저게 저 혼자 써질 리는 없다저 안에 막걸리 걸치는 몇 밤저 안에 땡큐 두어 달저 안에 그믐달 몇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