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없는 월요일> 은 총 다섯편의 짤막한 단편들로 이루어진 책이다. 차례를 적으면 이렇다. 1. 상사가 없는 월요일 2. 금주를 결심한 날 3. 꽃다발이 없는 송별회 4. 보이지 않는 손의 살인 5. 도보 15분 상사가 없는 월요일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월급쟁이들에게도 월요일은 정말 몸이 고단한 날이다. 주말 동안 쉬다가 출근해서 더욱 그럴 것이다. 사무실에서 상사들과 함께 있기란 정말 불편하고 숨이 막힐텐데 어느 월요일 과장, 부장 등의 상사들이 모두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는다. 월급쟁이들에게 이보다 좋은 날이 있을까. 기쁨을 제대로 만끽하기도 전에 일이 터진다. M문구회사의 주거래처인 학교에서 배송된 물건에 하자가 있다며 당장이라도 거래처를 바꿀 것 같은 전화를 한다. 또, 납품 트럭이 학교 학생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며 대책을 요구하는 아주머니들이 회사로 찾아왔다. 보통 때 같으면 상사들이 해결할 문제지만 오늘은 상사가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을 말단직원들이 해결하게 생겼다. 다행히 문제들은 원만히 해결되었다. 이 단편에서 비중있게 나오는 인물로는 내연관계인 M문구회사 사장과 비서, 회사공금을 횡령하고 그것도 모자라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회사를 폭파하려는 계획을 짜는 어떤 과장, 생활비가 없어 M문구회사를 털려고 갔다가 앞서말한 과장의 폭탄이 담긴 서류가방을 들고 나온, 조금 덜 떨어진 자 등이다. 전개가 이사람에 맞췄다가 저사람에 맞췄다가 하여 조금 헷갈리긴 했는데 마치 TV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금주를 결심한 날 물산회사의 계장인 세키구치는 출세욕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인물이다. 그냥 자신의 맡은 바를 묵묵히 하며 계파에 휘말리지 않기를 바라는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사장이 자신을 부르더니 최근 공석이 된 영업부장의 인사권을 맡긴다. 일개 계장인 세키구치로서는 너무나 큰 권한이었다. 자신의 말한마디로 후임 영업부장을 결정하게 생긴 것이다. 후보는 단 두명이다. 이 문제로 고심하던 중 누구에게서 아내의 불륜사실을 듣게 되고 그것이 사실로 드러난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자신이 선택해야 할 후임 영업부장의 두 후보 중 한 명과 아내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키구치가 어느 날 휴가를 내고 아내를 미행한 결과 야기 부장이라는 것을 알아내는데 이것은 아내와 내연남이 세키구치가 불륜사실을 알아차린 것을 눈치채고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 이로써 아내와 내연남은 영업부장의 선출을 확신하는데... 보통 사람 같으면 자신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를 자의 출세를 막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할텐데 세키구치는 야기 부장이 아내와 불륜을 저질렀다고 생각하고도 야기를 후임 영업부장으로 사장에게 말한다. 이렇게해서 독자인 나로서는 ’다행히 야기가 영업부장이 되는 구나’ 하였는데 사장은 인사 발표를 앞두고 뇌출혈로 사망한다. 정말 기막힌 반전이다. 꽃다발이 없는 환송회 회사의 출장을 갔다오니 회사에서 나의 자리가 없어졌다. 부장과 회사동료들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아도 부장은 내가 사직서를 쓰고 회사를 나갔다며 전혀 알지 못하는 소리를 하고 동료들은 나와 말을 섞는 것 조차 피한다. 도무지 무슨 일인지 알 길이 없고 회사에서 나를 내쫓기 위한 계략으로 여기며 회사에서 가깝게 지내던, 여자친구라고도 할 수 있는 경리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복잡한 일이 생겨 내가 경찰에 쫓기고 있단다. 그리고 요새 내가 직접 한 말을 자주 잊어버리고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소리도 듣게 된다. 일단 여자친구가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동안 피해있으라는 말에 몸을 숨긴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거야?’, ’이 사람이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고 이러는 건가?’ 등의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장의 공금횡령 문제로 자신이 지금 경찰에 쫓기던 것으로 알았는데 알고보니 부장과 경리는 한 패인 것으로 드러난다. 부장과 내연관계를 유지하다 경리는 부장까지 살해하고 나까지 죽이려 하는데...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자신이 철석같이 믿고 있던 여자친구의 손에 죽을 고비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운 좋게도 회사에서 벌어진 황당한 사건을 이전에 친구한테 말해두어 친구 덕택으로 죽음을 모면하게 된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여자친구가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이 굉장한 반전이었다. 보이지 않는 손의 살인 자동차회사에서 일하는 사에키는 회사를 견학온 일행들의 안내를 맡곤 했는데 견학온 일행 중 어떤 이가 회사의 공장시설에서 팔을 잃는 사고를 당한다. 사에키에게 직접적인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으로 그의 집에 사과를 위하여 드나들다 그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 이런 사실을 안 그는 사에키를 찾아와 말다툼을 벌였고 급기야 가벼운 몸싸움을 하게 되었다. 사에키가 그를 살짝 밀게 되었는데 그가 땅바닥에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더니 갑작스레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결국 그는 사망하고 사에키는 졸지에 살인자가 되는데... 경찰을 피하고 어떻게 일이 꼬이고 꼬여 사에키는 정말 살인자가 되어 버린 듯 하다. 여자친구는 어떻게든 남자친구 사에키를 도우려하는데 경찰이 자꾸 따라붙어 사에키는 여자친구도 의심하며 점점 더 잠적하게 된다. 그러다 여자친구의 집에 와 우발적인 사고로 여자친구의 삼촌을 목졸라 죽이게 되고 이제 정말 살인자가 된 것이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사에키와 여자친구는 동반자살을 하기로 결심하고 수면제를 먹고선 자살을 한다. 하지만 자동차회사 소속의 의사가 집요하게 조사한 결과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그때 마침 회사에서 밖으로 날아간 철조각을 맞아 내출혈로 사망을 한 것으로 밝혀진다. 이런 사실을 알리러 가는 중이었는데 사에키와 여자친구는 방안에서 꼭 껴안은 채 생을 마감한 것이다. 읽으면서 ’이런 사소한 것 하나로 사람이 이렇게나 죽는구나’ 라며 정말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던 단편이다. 도보 15분 오카다는 최근 뉴타운에 집을 장만하여 이사하였다. 집안은 온통 짐더미였고 회사를 쉬었으면 하는 아내의 눈치에도 아랑곳않고 출근을 하였는데 퇴근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길을 잃게 된다. 근처 역에서 도보 15분이라고 하였는데 집에 다다른 것 같으면서도 멀어지는 것 같은 예감이 들며 새벽 늦게 까지 집을 못 찾아 방황한다. 휴대폰도 없고 집에 전화도 연결되어 있지 않고 사실 주소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고 어린아이도 아닌데 미아신세이다. 집을 못 찾아 방황하면서 오카다는 두 가정을 만나게 되는데 남편이 집을 비우면 외간 남자를 집에 불러들여 바람을 피우는 여인의 집, 회사에 열심히 청춘을 바쳤지만 젊고 유능한 사람들에 밀려 버려진 이의 집 하지만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않은 채 계속 직장에 오래 근무하다 귀가하고 있다. 이 두번째 가정의 가장을 보며 참 마음이 아팠다. 전문직이 아니고서야 ’은퇴’ 를 항상 신경써야 하는 직장인. <상사가 없는 월요일> 은 코믹한 면도 있고 공포스러운 면도 있고 슬픈 면도 있고 독자에게 많은 감정을 선물하는 도서라고 본다. 생각지도 않은 결말이 나와 반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고 읽으면서 빠져드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