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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지고 작아져서 나무자람새 그림책 23
다비드 칼리 지음, 마르코 파스케타 그림, 엄혜숙 옮김 / 나무말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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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다립니다》의 작가 다비드칼리의 신작 그림책이 나왔습니다. 《작아지고 작아져서》인데요, 제목으로도 아이들과 한참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작아지고 작아지는 어떤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이야기하다가 반대로 커지고 커지는 어떤 것이 무엇인지, 결국 어떻게 되었을지 이야기 나누면 재미있어하더라구요. 보통 커지는 것을 풍선이라고 하는데요, 아이들에게 커졌으면 하는 것은 사랑이라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지 않을까? 물어봤더니 썩소를 날리며 그... 그래.. 하더군요.ㅎㅎ



어느날 갑자기 일어났는데 내 몸이 작아져 있다면?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마음이 작아져 있다면? 주인공(자모코)은 하루아침에 몸이 작다는 이유로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해요. 아마 몸이 작다는 건, 능력이 없다거나 자신감이 없다는 것으로도 상징되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 자신의 물건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아주 험난합니다. 점점 더 작아져서 어디가 어딘지 길을 잃거든요. 그러다가 자모코와 똑같이 길을 잃은 플로라를 만나게 됩니다. 둘은 고난 속에서 함께 울창한 숲을 헤치고, 바위를 기어오르고, 개울을 건너며 길을 찾아요.


하지만 집은 찾을 수가 없고, 플로라가 "우리, 여기서 멈추면 어때요?"라고 말합니다.

어째서 우리는 이제 우리에게 없는 걸 찾으려고 이토록 애를 쓸까요? 이미 우리에게 없었던 걸 찾았는데.

살면서 의미없는 일상을 계속할 때, 누군가 옆에서 함께 멈추자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아요. 나에게 없는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 말고 이미 있는 것을 만끽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많은 돈은 없지만, 나는 오늘 하루 커피를 마시고 책을 살 돈은 있어요. 그 돈을 아끼고 저축하는 보람보다는 오늘 하루 즐겁게 사는 게 백배는 더 행복한 사람이라 오늘도 커피를 마시러 나갑니다.... 라고 말한다면 신랑은 핑계도 가지가지라고 말하겠지만, 아무튼 나는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나아가는 길에서 만나는 의미있는 무언가도 놓치지 말았으면 해요.

삶에서 길을 잃은 자코모와 플로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작아지고 자아진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커지고 커진 어떤 것을 말하고 있는 매력적인 그림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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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커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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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로 우리에게 친숙한 이희영작가가 신간을 냈네요. 처음 《페인트》를 읽었을 때는 가독성이 좀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몇 장을 넘기고는 몇 달이 지나서 다시 읽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라고 감격했는데요. 이번 책 역시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줍니다. 이번 책은 칵테일을 마시면 과거의 어느 한 시점으로 돌아가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겠죠? 그때가 너무 행복해서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너무 후회돼서 돌아가고 싶기도 할텐데요, 그런데 막상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언제로 돌아갈까 생각해보니 답을 내리기가 어려웠어요.

친구의 친구를 사랑한 식상한 이야기이지만, 친구가 죽고 나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서른 두살이 될 때까지 첫사랑 그녀를 지켜주는 나우는 어떤 과거로 돌아가게 될까요?

"손님은 뭔가 시도를 했습니다. 그렇다고 뭐든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만약 그렇다면 아마 인간에게 어려움이나 좌절, 실패나 패배도 없겠죠. 세상에나, 그건 상상만으로도 지루하군요. 사는 게 너무 재미없지 않겠습니까." -P.124

"억지로 지우려 하다가는 더 큰 얼룩만 남게 되는 경우가 있죠. 해변의 자갈이 파도와 바람에 마모되어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잘게 부서져 모래가 될 뿐이죠. 인간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추억이든 아픈 상처든 빛이 바랠 뿐입니다.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죠." -P.126

"대학만 가면, 제대만 하면, 졸업만 하면, 취업만 하면... 그렇게 수많은 '하면'의 장벽 뒤에 나타나는 건 더 넓고 까마득한 벌판뿐이었다." -P.212

"열다섯이 이해하기엔, 열아홉이 감당하기엔, 스무 살이 견디기엔 너무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그 힘든 시간을 잘 견디며 지나왔다. 신은 인간에게 미래를 준비할 혜안을 빼앗는 대신, 그 미래가 현실로 닥쳤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버텨 낼 힘을 주었다." -P.216

책을 읽으면서 내가 과거의 어느 때로 돌아갈지에 대한 질문과 함께 또 다른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그것은 서른 둘의 나우가 열다섯, 열아홉의 나우가 되었을 때 거울을 보는 장면이었어요. 이런게 앳되고 부드럽고 여린 얼굴을 그동안 스트레스와 커피와 술로 괴롭혀 다 망가뜨렸다는 생각을 하는 장면인데요... 나는 열다섯의 내 얼굴을 마주한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어요. 열다섯의 여드름이 있는 화장기없는 민낯의 나는 처음에 좀 어색하지만, 얼마나 예쁠까? 감탄하면서 거울을 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거리의 중학생들 얼굴만 봐도 예쁘고 싱그럽고 부럽잖아요.

책을 읽는 내내 "선재 업고 튀어"라는 드라마와 아주 많이 흡사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간은 왜 끊임없이 타임슬립 스토리를 찾는 걸까요? 내 전재산을 내어서라도 어떤 한 과거에 가서 삶을 바꾸고 싶기도 하고, 지금은 곁에 없는 누군가가 사무치게 그리울 때면 단 한번이라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아마 인류가 존재하는 한 타임슬립 스토리는 끝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열다섯의 나를 만나 나의 미래를 말해준다고 해도 내 삶이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변할 것 같지는 않아요. 나는 그저 좀 더 몸에 좋은 것을 많이 챙겨먹고, 운동을 좀 더 하고, 좀 더 부지런하게 살게 되기는 하겠지만.... 나의 미래를 알든 모르든 나는 미래의 나에게 미안해지지 않기 위해 오늘을 삽니다. 죽을 때 좀 더 하지 못해서 안타까웠던 일을 줄이는 삶을 삽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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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다듬기
이상교 지음, 밤코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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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빈집]을 쓰신 이상교작가님의 신간 그림책이 나왔습니다. [모모모모모]를 쓰신 밤코작가님의 그림과 이상교작가의 글이라 책을 펼치기 전부터 엄청 기대를 했는데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표지 그림을 살펴보면 아빠와 아들이 다정하게 멸치를 다듬고 있습니다. 저는 단순한 듯 간결한 밤코작가님의 그림체를 참 좋아하나 봅니다. 같이 읽은 아이들 역시 흥미로워 합니다. 분명히 글인데, 노래처럼 부르게 되는 재미있는 그림책입니다.

♬대가리 떼고 똥 빼고 대가리 떼고 똥 빼고♪

국물 낼 펼치를 다듬는, 신문지에 누워 차례를 기다린다는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되는 밤코님의 그림이 시작됩니다. 이 아이디어는 그림작가인 밤코님의 상상력이겠죠? 그것을 시작으로 신문 기사가 다양하게 도배되는데요,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할 말 다 하는 신문 기사들이 킬링포인트입니다.

이 책을 보는데, 어린 시절로 추억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셋째 딸이라 저한테까지 넘어오는 가사일이 거의 없었어요. 청소 외에 부엌일은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그런데 멸치 다듬기나 콩나물 다듬기는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죠. 그래서 하다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곳 했는데요. 근래에 멸치를 언제 다듬었나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기억나지 않았어요. 코인육수가 생긴 후로는 국물 낼 멸치를 다듬지 않게 되었네요. 문명은 이렇게 또 하나의 경험을 없애고 있는 중입니다. 어쩌면 10년 후쯤에는, 옛날에는 육수를 내기 위해 집집마다 멸치를 다듬었다고 국어책이나 사회책 혹은 실과책에 실리지 않을까요?

교과서에 실릴 때는 작곡까지 해서 실리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랑 같이 신문지 크게 펼쳐놓고 다정하게 멸치를 다듬고 싶어지는 그림책입니다. 그 사이에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면서 멸치 기사를 상상하기도 좋겠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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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최애 다산어린이문학
김다노 지음, 남수현 그림 / 다산어린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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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소원>과 <비밀 숙제>로 저에게 익숙한 김다노 작가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제목이 딱 요즘 초딩이 좋아할 만하네요. 표지 그림도 너무 너무 마음에 들어요. 표지를 보고 저희 딸은 누나가 동생을 업었나 했지만 둘은 좋아하는 사이라는 사실^^

책은 6학년 1반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눠서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반에서 제일 키 작은 남자아이와 키 큰 여자아이가 서로를 좋아하게 되는 봄 이야기, 싫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여자아이에게 무례하게 고백하는 남자아이를 거절하는 여름 이야기, 육상을 잘하지 못하지만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좋아하는 것을 계속할 용기를 주는 가을 이야기, 당근마켓에서 만난 연하남을 좋아하게 되는 여자아이의 초겨울 이야기, 여자아이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싫어하다가 결국은 인정하게 되는 겨울 이야기... 모두 다 흥미롭게 읽었어요.

책을 읽고 저희 딸이 "어떻게 한 반에 이렇게 많은 커플이 있을 수 있어? 말도 안돼." 했지만, 자꾸만 들춰보는 책입니다.

요즘 딸과 함께 '눈물의 여왕'을 같이 보면서 가슴 설레 하는데요, 저희 딸은 드라마보다 더 자주 들춰보면서 《최악의 최애》를 읽더라구요. 이성에게 관심이 전혀 없는 줄 알았는데 조금씩 관심이 생기는 나이인가봐요. 

이성에게 관심이 생기는 초등 고학년에게 첫사랑같이 풋풋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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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는 사과 할머니를 좋아해요 북멘토 그림책 17
카트린 호퍼 베버 지음, 타탸나 마이-비스 그림, 마정현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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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날수록 노년의 삶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는데요... 100세 시대가 되면서 더욱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질병이 치매입니다. 치매는 우리 부모님세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기도 하지요.

이 그림책의 표지를 보면 '우리 모두를 위한 치매 이야기'라고 적혀있는 것이 시선을 끌고요, 사과나무가 있는 집 창가에서 할머니와 아이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사과나무와 할머니와 아이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요?

카트린 호퍼 베버 작가는 주거 정책 분야의 일을 하고 있고 노인과 책에 무한한 애정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소개되어 있네요. 관심사가 비슷해서 어쩌면 두 번째 그림책이 나오면 또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이 책의 제목에 끌렸던 이유는 '사과 할머니'라는 말이 친숙했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 아이들도 '토끼 할머니'라고 부르는 외할머니가 있거든요. 저희 친정엄마는 소를 키울 때 큰조카에게 '음모 할머니'라고 불렸고, 지금은 (소를 키우지 않아서 )산토끼동산이 있는 동네에 살아서 '토끼 할머니'로 통하지요. 이 책에서 안나의 할머니는 커다란 사과나무가 있는 집에 살아서 '사과 할머니'라고 불리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사과 할머니는 이제 그 집에 살고 있지 않아요. 양로원에서 자식들을 기다리면서 살고 있지요.



치매에 걸리면 표정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가족들이 보기에는 그런 할머니의 표정이 어쩐지 슬퍼 보이고요. 안나가 생각하기에 할머니가 슬퍼보이는 이유는 사과나무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요. 안나는 할머니가 보고 싶어하는 사과나무를 어떻게 만나게 해 줄까요?

처음에는 사과나무를 그림으로 그려주는데요, 할머니는 무덤덤할 뿐입니다. 안나는 상처를 받지만 결국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과나무를 생각하게 하는데요... 그 방법이 조금 아이답지 않아 의아하긴 하지만, 할머니에겐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않았을까요? 안나가 어떤 방법으로 할머니에게 사과나무를 선물하는지 그림책을 통해 꼭 확인하시길요^^



할머니가 치매를 겪는다는 걸 알게 된 안나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할머니와의 대화를 시작합니다. 이 책의 제목과 같이 치매걸린 할머니를 외면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계속 좋아할 수 있는 안나가 참 사랑스럽습니다.

이 책과 함께 제시올리베로스작가의 [기억의 풍선]이라는 그림책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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