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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발론 연대기 1 - 마법사 멀린
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 / 북스피어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아발론 연대기는 아더 왕의 전설과 성배의 전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더를 비롯한 여러 등장인물들은 실제 6세기 즈음에 살았던 사람들이다. 아더는 실제 브리튼(또는 켈트족)의 왕은 아니었다. 그는 브리튼 인들이 색슨족에 대항하기 위해 고용한 용병대장이었다. 아더,멀린,귀네비어,란슬롯,트리스탄 등이들 전설속 주인공들의 영웅담은 수세기에 걸쳐서 여러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글에서 글로 전해졌다. 새롭게 이야기가 바뀌기도 하고 변하기도 했다.
이 전설속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뒤섞여 있다. 켈트족의 문화,습성과 로마 기독교, 그리스.로마 신화 요소가 들어가 있다. 켈트족의 문화는 기독교 문화 속에서도 그 정수를 고스란히 이들 작품을 통해 후세에 전해졌다. 마법사 멀린은 이런 켈트 문화를 가장 극명하게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는 악마가 지상에 보낸 인물로 나온다. 여기서 악마는 기독교 이전 켈트족의 신이라고 할 수 있다. 멀린의 어머니는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채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한다. 처녀 임신의 형태를 띄고 있는 것이다. 그는 기독교의 사제보다도 더 현명하고 지혜롭다. 그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모두 알고있는 예언자이자 마법사다. 드루이드인 그는 왕권을 견제,제어,선택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멀린은 그리스 신화속 뛰어난 예언자 멜람푸스와 이름이 비슷하다.
브리튼 족 내부에서 내분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왕권이 흔들려서 색슨족이 브리튼을 잠식해 들어온다. 정당한 왕위 계승자인 엠리스와 우터 형제는 색슨 족장 헨기스트를 물리친다. 그러나 이 전투에서 엠리스가 죽고 우터가 왕이 된다. 우터는 틴타겔의 왕비 이그레인에게 첫눈에 빠져든다. 그러나 그녀는 우터를 거부한다. 우터는 멀린의 도움으로 그녀의 남편으로 변신해서 그녀와 정을 통한다. 이 신화는 헤라클레스의 탄생과 아주 유사하다. 남편의 사후에 이그레인은 우터와 결혼하고 우터의 왕권은 더욱 확고해진다. 이점은 아가멤논이 미케네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결혼한 대목과 유사하다. 우터가 이그레인과 결혼한 것은 왕권의 실소유자인 이그레인을 차지해서 왕이 되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고대의 모계사회의 흔적이다.
멀린은 우터와 이그레인에게서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소유권을 얻는다. 이 아이는 이그레인의 남편이 죽던 날 둘이 관계해 태어난 아이여서 이들 부부가 키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멀린은 아이를 안토르에게 맡기고, 안토르는 자신의 친아들 케이와 차별없이 아더를 키운다. 우터 왕은 또다시 색슨족과 대전투를 치르고 승전을 지켜보고 죽음을 맞이한다. 멀린은 우터에게 아들이 왕위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
새로운 왕을 선출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모여들고 멀린은 신이 선택한 자만이 엑스칼리버(격렬한 번개)를 뽑을 수 있고 그가 왕이 될 것이라고 선언한다. 왕위 계승권에서 가까운 대제후 순서로 시도를 하지만 백오십 명의 제후 모두 실패한다. 다음에 기사들이 시도하지만 역시 모두 실패한다. 저녁에는 평민 가운데 도전자를 찾기로 한다. 아더는 너무 쉽게 '왕권의 검'을 뽑아 버린다.
엑스칼리버에 무슨 조화가 있길래 아더만이 뽑을 수 있었을까? 지금식으로 생각하면 특수한 지문인식,혈액인식 장치가 있었을까? 아니면 멀린이 아더에게만 엑스칼리버의 잠금장치 푸는 방법을 알려준 것일까? 그냥 그가 선왕의 아들로 왕위계승권이 있어서? 아니면 그의 의지가 칼을 뽑은 것인가? 아니면 멀린의 말대로 신이 그를 선택한 것인가?
이 전설도 본말이 전도되었을 수도 있다. 아더가 왕이 된 다음에 자신이 선왕인 우터의 숨은 아들이었다고 소문을 냈을 수도, 엑스칼리버 전설을 만들어 냈을 수도 있다.
성배의 정체는 무엇인가?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가 사용하던 에머랄드 잔? 요셉이 죽은 예수의 피를 담은 잔? 이 잔은 후에 요셉을 먹여살린다. 아니면 켈트족 전설에 나오는 솥? 성배야 말로 아더 왕 전설이 기독교와 만나서 융합되는 지점이다. 정작 정통 기독교에는 성배에 관한 언급이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