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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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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김영사, 2012)을 두 번째 읽고 있다. 뉴스와 신문에서 그의 책을 듣기 좋은 정책만 짜깁기했다며 평가절하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그의 정책은 누구나 생각하고 말하지만, 누구도 선택하고 행동하지 않은 우리의 정치적 과제를 반추하게 한다. 또한 일부 정치인의 안철수 원장에 대한 타자화는 오히려 기존 정치인의 '자격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구체제'의 한계를 보여 주었다. 그래서 나는 기본적으로 안철수 원장의 생각을 지지한다. 

 

하지만 비판적 사고 없이 무조건 믿기에는 그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는 너무 달콤하다. 이상향에 가깝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기만 하면 이상적 국가, 그가 말하는 '정의로운 복지국가', '공정한 복지국가'를 이룰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정치, 경제, 사회의 정책을 좁은 범위에서 실시해 성과가 있으면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생각은 접근방법이 좋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다. 짧은 임기를 생각한다면 안철수 원장이 생각하는 구체적인 성과는 다음 대통령의 몫이다. 단기정책과 중, 장기정책으로 분리해서 실시한다고 하지만 쉽게 뜨거워지고 쉽게 차가워지는 우리나라 국민의 지지를 계속 받기 어려워 보인다. 더불어 지지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시작되는 대통령의 추진력이 얼마나 지속할 것인가.

 

그럼에도 안철수 원장이 책에서 밝힌 비전은 비판하기 어렵다. 믿고 싶다. '국민의 생각을 받들지 못하는 정당들, 사회갈등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증폭시키는 정치시스템, 계층이동이 차단된 사회구조,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제시스템,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 기득권 과보호 구조' - P37 를 극복하고 정치 민주화와 경제 민주화를 이루어주길 바란다. 케케묵은 '구체제'의 정치를 답습하지 않고 '소통과 합의'를 통해서...

 

흔히 개혁은 권력의 핵심 주변부에서 이루어질 때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영국의 '명예혁명'이 좋은 예다. 그래서 정치는 정치인이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안타깝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정치인이 거의 없다. 그래서 대안 세력이 꼭 필요하다. 안철수원장은 <안철수의 생각>(김영사, 2012)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이 주거, 보육, 교육, 건강, 노후 등 민생의 기본적인 영역에서 광범위한 불안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불안은 자살률과 출산율의 통계수치가 반증한다. 경제 양극화, 실업문제, 비정규직, 가게부채, 세대별 고민을 꼼꼼히 다루고 있다. 이러한 불안요소를 복지, 정의, 평화를 통해 극복하고 '우리가 열망하는 사회'를 이루어 갈 리더쉽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제 이 문제를 개개인의 경쟁력이나 책임에만 맡기지 말고 국가가 기본적인 안전망을 제공해서 불안을 해소해줄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또 시장에서의 경쟁에는 공정한 기회와 규칙이 보장돼야 하고요. 그래서 저는 우리가 '정의로운 복지국가' 혹은 '공정한 복지국가'를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복지와 정의는 평화가 전제되지 않고는 달성할 수 없으니, 남북의 통일을 추구하면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제도 절실합니다. 결국 복지, 정의, 평화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82

 

안철수 원장은 복지의 의미는 '있는 것을 나눠 갖고 소비만 하는 좁은 의미의 복지가 아니라 일자리와 복지가 긴밀하게 연결되고 선순환하는 넓은 의미의 복지', 정의의 의미, 혹은 정의로운 사회의 의미는 출발선에서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고 달리는 과정에서 반칙, 특권을 허용하지 않고 공정하게 겨루게 하는 규칙, 감시하는 심판이 있으며, 결승선에서 패자를 내버려 두지 않고 재도전의 기회를 줄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평화의 의미는 '궁극적인 평화 정착은 통일이 돼야 가능하겠지만, 통일이 단기간에 이루어지긴 어려우니 우선 남북이 평화적 관계를 발전시키면서 통일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안철수 현상'이 음험한 우리의 현실 속에서 '나비효과'가 되어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우리나라의 지도자가 되어주길 바라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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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0 13: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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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이야기 3 - 완결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3
시오노 나나미 지음, 송태욱 옮김, 차용구 감수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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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이야기3>(문학동네, 2012)는 중세 서유럽의 시각이 투영된 시오노 나나미의 역사소설이다. 객관적 책읽기를 원한다면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아침이슬, 2002)을 추천한다. 


<십자군 이야기3>에서는 제3차 십자군 원정부터 제8차 십자군 원정까지 다루고 있다. 제3차 십자군 원정에서 사자심왕 리처드는 아르수프 공방전과 야파 전투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만 예루살렘 탈환은 실패했다. 살라딘은 리처드와의 강화조약을 체결한 후 죽었다. 제4차 십자군 원정은 베네치아 공화국이 지중해를 지배하는 해양국가로 발전하는 거름이 되었다. 제6차 십자군 원정을 통해 프리드리히 2세의 시대를 초월한 진정한 리더쉽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단 한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고 예루살렘을 대부분 탈환했지만 로마 교황은 인정하지 않았다.


나는 프리드리히 2세를 높이 평가한다. 그는 중세 서유럽의 음험한 종교전쟁을 최소한의 '상식과 원칙'을 지키며 목표 달성했다. 너무 많이 갔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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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코믹스 - 버트런드 러셀의 삶을 통해 보는 수학의 원리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 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트리우 지음, 전대호 옮김, 알레코스 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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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철학사, 자서전을 읽기 전에 워밍업으로 선택한 책이다. 이 책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만화, 다층구조, 자기 언급이다. 진입 장벽이 낮은 만화형식을 취하고 3곳의 공간과 시간을 갖는 다층구조이며 독자에게 <로지코믹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책을 통해 보여준다. 고 옮긴이는 쓰고 있다.

 

나는 <로지코믹스>를 다음과 같이 이해했다. 독립적 사실들을 적재적소에 잘 끼워 넣어 재구성함으로써 스토리의 끊김 없이 러셀의 삶을 논리학과 잘 버무려 칼칼하게, 담백하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결론 부분은 마침표를 찍지 않아 아쉽다. 결론의 주체는 언제나 인간이 되어야 한다.

 

러셀의 유년시절, 수학과의 만남은 불행한 가족사와 광기 어린 집안내력을 극복하고 '처음으로 무언가를 완전히 확실하게 아는 즐거움'을 주었다. 대학에서 러셀은 수학과 철학이 확고한 토대와 엄밀한 언어를 갖길 바랐다. 진리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새로운 사상을 접하게 되었고 수학에 확고한 토대를 제공할 새로운 논리언어 기하학에 주목했다. 기하학에서 집합론은 핵심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러셀의 역설'로 논리학의 결함이 발견되었다. 이후 러셀과 화이트헤드는 그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수학원리'를 썼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프레게, 러셀, 화이트헤드는 확실히 훌륭한 지도제작자들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실재와 지도를 혼동했는지도 모른다!' - 221쪽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의 논증을 소개하는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러셀이 실제로 비트겐슈타인이 발견한 '철학의 문제들에 대한 완전한 해결'을 이해하려 했는지는 회의적이다. 괴델의 '불완전성의 원리'는 수학자에게 꿈의 종말을 의미했다.

 

'과학이 밝혀낸 사실들을 전부 다 알아도 세계의 의미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 - 300쪽

 

책을 읽고 나는 '끌어당김'을 느꼈다. 책 속의 책을 읽는 건 나의 오래된 독서 습관이지만 수학, 철학, 논리학을 이 정도로 매력 있게 보여주다니 읽어가는 내내 즐거웠다. 수학, 철학, 논리학으로 전공선택을 망설이는 대학생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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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2 - 세라복을 입은 연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백암 / 199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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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와 나 사이에 놓여있는 시공의 차이를 고려해도 작가의 오감으로 마주하는 세계는 보통사람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글쓰기를 통해 보여주는 세계는 흥미롭다.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금보다 젊은 시절 '주간 아사히'에 연재한 에세이를 모아놓은 수필집이다.


'<쯔레즈레구사>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작품을 예로 들어도 유려한 문장이나 치밀한 심리 묘사는 읽을 당시에는 감탄스러워도 세월이 흐르고 나면 깡그리 잊히고, 아주 사소한 것일지는 모르겠으나 좌우지간 효율적인 종류의 일만을 부분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 74쪽


'세상에는 크게 나누어 '사람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기를 좋아하고, 또 잘 가르치기도 하는 사람'과 '사람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기를 좋아하고, 또 잘 배우기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 115쪽


'아마도 나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는 거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세계에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독자와 만나 얘기를 할 때마다, 늘 누군가를 대신하고 있는 기본이 들어 마지않는 것이다.' - 179쪽


' '오늘은 좀 늦어질 모양인데, 먼저 먹어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다가, '그래도 지금까지 애써 기다렸으니까 조금 더 기다려보지 '하고도 생각하고, '그건 그렇고 배가 고픈걸'하고 주억거리기도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의 집약이, "······." ' - 184쪽


'게으름에 대한 찬양'론을 지향하는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트있는 문장을 다 옮기지 못한다. 긴 여운을 주는 글은 아니지만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함께 누리지 않았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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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훈련소 - 간단하고 쉽게 글 잘 쓰는 전략
임정섭 지음 / 경향미디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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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있는 모든 도서관에 보관된 책과 그림에 언어와 화상의 형태로 담겨 있는 정보의 총량은 대략 10^16 내지 10^17비트이다.' - 537페이지


'책을 1주일에 한 권씩 뗄 수 있다면 한 사람이 평생동안 읽을 수 있는 책의 총수는 대략 수천 권에 이른다. 그렇지만 이것은 현대 도서관이 소장한 장서의 기껏해야 1000분의 1에 불과한 작은 양이다.' - 560페이지


<코스모스>(칼 세이건, 2006)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수백만 권의 책을 모두 읽을 수 없다면 좋은 책을 읽으면 된다. 그렇다면 수많은 책을 읽고 느낌과 감상을 글로 표현하는 작업은 얼마나 멋진가. 그리고 가치 있는 일인가. <글쓰기 훈련소>(임정섭, 2009)는 어느 여름날, 눈사람 만들기 상상만큼 쿨하게 다가왔다. 


글쓴이는 아마추어가 흔히 하는 실수 5가지를 지적하고 글쓰기에 대한 생각 바꾸기를 권한다. 멋진 글 대신 쉬운 글을 쓰자. 감상 대신 줄거리를 쓰자. 거창한 것 대신 일상을 쓰자. 장문 대신 단문을 쓰자. 글쓰기는 재능이 아니라 기술이다. 특히 '감상 대신 줄거리를 쓰자.'는 문장이 와 닿았다. 지금까지 나는 서평을 쓰면서 줄거리 쓰기는 지양했다. 스포일러가 되거나 앵무새처럼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건 공간의 낭비라고 생각했다. 줄거리는 서평에서 필수요소다.


이 책의 핵심주제는 '포인트 라이팅'이다. 포인트 라이팅이란 쓰려는 대상에서 포인트를 찾고, P O I N T란 순서에 따라 글을 쓰고, 상대의 마음을 파고들 수 있는 포인트를 주며 글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포인트는 주제, 핵심, 줄거리, 소재, 특징, 특별한 느낌이나 감정, 관점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글쓰기의 7단계 구조는 서두, 포인트, 아웃라인, 배경정보, 뉴스, 생각, 마무리로 나눌 수 있다. 지은이는 이것의 약자를 모아 P O I N T란 멋진 글쓰기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나에게 서두와 마무리는 포인트 글쓰기의 데코레이션이다. 좋은 스킬이지만 기본에 충실한 글쓰기로 내공을 쌓고 도전해야겠다. 서평뿐만 아니라 '비지니스 라이팅'도 다루고 있다. 보고서 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누구나 글을 읽고 쓰지만 '잘'읽고 '잘'쓰는 사람은 소수다. 나는 독서를 즐기지만, 책 속의 지식이나 감상을 느낀 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글쓰기 훈련소>(임정섭, 2009)는 이런 나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책이다. 서평에 대한 어려움을 조금 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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