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제국 - 에디슨, 테슬라, 웨스팅하우스, 그리고 전류전쟁
질 존스 지음, 이충환 옮김 / 양문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니콜라테슬라
500페이지가 넘는 최악의 번역을 견디며 읽어나간 나자신에 박수를 보내며 리뷰를 시작하고 싶다. 좋은 책이지만 번역과정에서 대부분의 빛을 잃었다. 전공분야가 아니었다면 중간부분에서 포기하고 싶을 정도다. 하루 빨리 한국에도 전문번역가가 대우받는 풍토가 조성되길 빈다. 이충환님에게는 죄송하지만 번역은 좀 참아 달라고 전하고 싶다.  

19세기는 다른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전기분야에서는 인류의 진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많은 발전이 있었다. 이 책에서는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진진했던 19세기 후반 백열전구를 보편화 시킨 에디슨의 '직류 송전 시스템'과 최근 미래 에너지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무선 전력 송전의 이론적 배경을 100년 전에 이미 제시한 니콜라 테슬라의 '교류 송전 시스템' 그리고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몽상가로 남을 뻔한 테슬라를 도와 교류 송전 시스템을 구축한 웨스팅하우스에 대한 기록이다. 더불어 책의 초반에는 전기의 어원인 '호박'에서 정전기를 발견한 탈레스부터 전기와 자기의 관계를 발견해서 전동기와 발전기의 이론적 배경을 발전시킨 페러데이까지 전기의 역사를 쓰고 있다.  

에디슨의 등장 직전까지 전기는 자본가들의 '신비로운 여흥거리'거나 과학자들의 '과학에 대한 탐구'이상의 기여는 하지 못했다. 그당시 가장 진보된 빛은 가스를 태워 빛을 내는 '가스등'이었다. 어릴적 위인전에서 읽었던 99퍼센트의 노력과 1퍼센트의 영감이 천재를 만든다는 에디슨의 명언은 멘로파크 실험실에서 수백 수천번의 백열전구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결과물이 아닐까?  

테슬라의 등장은 이미 자본과의 결합을 통해 백열전구의 상업화에 성공한 에디슨의 '직류 송전 시스템'에 큰 걸림돌이 된다. 한때 에디슨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세르비아계 공학자' 테슬라는 직류 송전의 아킬레스 건인 0.5마일의 굴레를 교류 송전으로 돌파하고자 했다. 그러나 에디슨은 교류의 위험성을 우려해 직류 송전을 고집한다. 저자는 아마도 스스로의 힘으로 직류 송전 시스템을 창조한 에디슨의 폐쇄성이 한 원인이었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크게 관련이 없지만 갑자기 애플이 생각나기도 했다. 

이후 에어브레이크 기술로 철도분야에 한 획을 그었던 '개인용기차'까지 가지고 있었던 웨스팅하우스의 등장은 교류와 직류를 둘러싼 3명의 본격적인 전쟁으로 전개되는 시발점이 된다. 그 전쟁의 서막는 에디슨의 교류를 이용한 미국 최초의 '전기의자사형'프로젝트로 시작된다. 하지만 시카고 세계박람회 전력공사와 나이아가라 폭포 전력공사의 수주로 테슬라와 웨스팅하우스의 확고한 우위로 전류전쟁은 끝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에디슨의 GE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전기회사로 남았지만 테슬라는 가난한 몽상가로 그의 발명을 자본과 국가에 빼앗기고 홀로 죽었다. 국가의 정책을 좌지우지 할정도로 강력했던 JP모건은 여기서 19세기에서 20세기를 걸쳐 진행되는 기술과 자본의 역전현상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자본의 부족으로 끝내 이루지 못했던 테슬라의 '무선 전력 송신 기술'은 마르코니의 라디오를 있게 했다. 또한 그 주요 논문은 미국의 과학기술에 편입되어 아직도 전세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아마도 테슬라의 콜로라도스프링스 실험실에서 이중노출로 찍은 사진이 아닐까 생각된다. 테슬라의 이상은 21세기에 이루어질까? 번역의 실망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너무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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