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인간 선언 - 기후위기를 넘는 ‘새로운 우리’의 발명
김한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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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인간 선언>의 저자는 기후/생태 이슈를 다루는 창작집단 '이동시'의 일원이자, 리스본 고등사회과학연구소에서 아마존 원주민 공동체 관련 연구를 진행중에 있다.

과거에는 인간적이라는 표현이 인본주의, 인도주의, 휴머니즘에서 다분히 긍정덕인 수식어였으며, 궁극적 지향으로써 좋은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현재 인간적인 것은 더 이상 좋은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며, 문명 비판적인 맥락에서 쓰인다.

이에 저자는 탈인간의 가장 큰 적은 상상과 희망의 고갈이며, 탈인간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앉아서 순서만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처럼 탈인간의 추구는 소수에서 시작할 것이지만, 시도하길 멈추지 않을 때 비로소 작은 차이들이 쌓일 것이다.

기후위기로 시작하여 탈인간중심주의, 기술만능주의 등 다양한 주제를 일관성있게 다루면서도 각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자아냈다. 탈인간 선언이라는 책 제목이 매우 적합할 정도로, 현재 인간의 모습을 무미건조하지도, 과장되지도 않게 잘 드러낸 표현들이 가득했다.

저자의 생태, 기후 위기에 대한 관점 속, 날카로운 통찰을 통해, 그간의 인간으로서 잘못된 가치와 관습들을 개선하고, 이제 책임감을 가지고 변화를 이끌어나갈 때이다.

환상적 현실인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추천하는 책 :)

📖 그렇다. 나는 사람들이 "인간이 무엇에나 적응하는 동물"이라는 도스토옙스키의 말을 체념하듯 수긍할까 봐 두렵다. 차라리 "적응의 힘은 모방이 아니라 저항과 동화의 힘"이라고 말한 간디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나마 적응'이라도' 해벌 만한 지구는 적응에 최대한 저항해야 가능할 것이기에.

📖 숲을 단순 목재가 아니라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연합군으로 존중하는 새로운 사상을 가진 소수의 '영혼 있는 전문가'들에게 요직을 맡긴 후 반군은 표표히 해산하며 이 말을 아로새겼다. "자리를 지키려는 자는, 정말로 지키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을 못 이긴다."

📖 혹자는 이 세상엔 짐을 지는 사람과 지우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어쩌면 문제는 누군가는 너무 많은 짐을 지고, 누군가는 조금도 안 지는 혹은 지우기만 하는 불균형이 아닐까, 한 인생사를 들으며 곱씹어본다.
- 이 서평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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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 - 윤석열 정부 600일, 각자도생 대한민국
신장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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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있는 이상, 각종 의견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 책 또한 부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이, 윤석열 정부 600일에 대하여 두 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라는 의견을 표하고 있다.

사실 정치 관련 도서들은 대개 자신의 반대 세력에 대해서 타당치 못한 점들만을 나열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 책 뿐만 아니라, 한쪽으로 치우친 모든 정치 도서들이 그럴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지하지 않는 정당 중, 대상이 바뀌면 비판의 대상인 그 이름만 고스란히 대체되어 쓰여질 책들에 대하여 안타까움도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헤어질 결심 대사를 패러디 하여 풍자한 부분은 내용의 공감을 떠나서 재미를 자아냈다. 저자의 필력이 좋아, 치우친 견해임에도 풍자로 웃음을 자아내는 표현들이 꽤 있었다.

모든 공약은 전 국민 마음에 들 수 없으며, 양면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읽기에는 쉽지않은 도서지만, 다방면의 시각과 의견을 살피기엔 매우 유익한 도서였다.

자신의 의견을 세상에 표출한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책 :)

📖 좋은 법과 제도는 좋은 정치를 통해 가능하며, 좋은 정치는 좋은 정당과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가장 크고 든든한 노동자의 조직된 힘은 노동조합입니다.

📖 "같은 사고를 겪은 유족으로서 마음이 아프다. 우리는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하지만 사고로 인해 생활이 달라졌다. 이러한 사고는 누구나 겪을 가능성이 있다. 안전보다 나은 건 없다."

📖 한편, 도둑질한 진실의 옷을 입은 거짓은 온 세상을 활보했다. 세상은 진실의 옷을 입은 거짓을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세상은 벌거벗은 진실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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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노피에 매달린 말들 - 톨게이트 투쟁 그 후, 불안정노동의 실제
기선 외 지음, 치명타 그림, 전주희 해제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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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여성노동자 구술기록팀은 성, 장애, 이주에서 노동권과 집회시위의 자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활동과 기록을 진행해 온 활동가들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그들은 빛나는 투쟁을 만든 톨게이트 여성노동자들의 삶, 이어진 다양한 면모를 기록함으로써 이 싸움의 의미를 다시 자리매김하고 확신하고자 한다.

98일간의 고공농성, 145일간의 본사 점거농성 그리고 매일 바리게이트와 방패를 앞세운 경찰에 의해 여성노동자들에게만 막혀 있는 곳으로 향하던 그들의 싸움의 순간들은 치열했다. 그속에서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한다.

지금 그들을 있게 한, 저마다 지닌 세상 단 하나뿐인 면모와 이에 연결된 삶과 노동의 이야기, 싸우며 다시 맺는 관계에 대하여 그들만의 목소리로 이 책에 기록되어 있다. 어쩌면 현실이 아니었으면 하는, 그들이 직접 겪은 생생한 투쟁의 현실로 빠져들게 된다.

안정적이지만 취약한 상태로 되돌아가길 원치 않는다는 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그들이 원하는 삶과 자유를 실현하며, 점차 긍정적이고 진취적으로 바뀌어가는 그들의 행동과 마인드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인간다운 삶과 공존을 위해 싸우는 이들이 더 아찔한 위태로움에 몸을 맡기거나 목숨을 내걸지 않더라도 당신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며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굳게 믿을 수 있기를 바라는 그들처럼, 나또한 바램이 현실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힘들면서도 강인한 노동자들의 여정을 응원하며, 추천하는 책 :)

📖 "아닌 것은 아니라고 싸워서" 이긴 경험은 앞으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에 대해 확신을 갖게 했고, 뜨거웠던 연대의 경험은 항상 노조 조끼를 차에 가지고 다니며 여차하면 투쟁하는 누군가의 곁에 서겠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 그리고 이들은 지금도 누군가의 취약함에 기대 권력을 행사하려는 여러 시도들을 무력화하며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 내가 벌어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월급 한 달만 안 나와도 그게 타격이 얼마나•• 그래서 그것 때문에 돌아선 사람도 많아요. 우리가 그랬어요. 혹시 서로 다르게 가고 그래도 상대방을 비난하지는 말자, 각자 사정이 다 다르지 않냐. 이해해 주자. 비난하지는 말자. 그랬어요.

📖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된 거죠. 참지 않고 얘기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할까. 이런 나 자신을 볼 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노조 활동을 하고 투쟁을 하면서 바뀐 거죠. 내 인생의 전환점이에요. 철이 늦게 들었다고 할까? 이 시간을 보내면서 제가 철이 들었다고 생각해요. 모든 게 새롭게 느껴져요.
- 이 서평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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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뷰티 - 장애, 모성, 아름다움에 관한 또 한 번의 전복
클로이 쿠퍼 존스 지음, 안진이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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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뷰티>의 저자 클로이 쿠퍼 존스는 선천성 장애 천골무형성증을 지니고 태어난 여성이자, 철학자이자,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이다. 그는 장애로 인해 수없이 겪어야 했던 차별과 편견에 대한 치열하고도 다층적인 통찰을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장애, 혹은 소수자 문제를 다룬 책들은 지금껏 많았으나, 여느 때와 <이지 뷰티)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결코 굴복하는 느낌없이, 강인하게 자기 존재에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세상에 문제제기하며 적극적으로 저항했다.

장애를 지니고 태어났지만, 천골이 누락된 자신의 몸이 처음부터 불완전한 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부정당하고 상처받으며 자신이 장애인임을 깨닫자 클로이는 본능적으로 이를 외면하게되고, 그러면서 자신에게 누락된 부분을 학문적, 정서적인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철학자의 말들 속에 숨어 지내는 방법으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간다.

감정적으로 호소하기보다, 철학자의 말들을 속속히 인용한 그의 감정이 더욱 강인하게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담담하면서도 감정과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저자의 문체가 너무도 마음에 들어서 다음 출간 도서가 벌써 기다려질 정도이다.

필사를 하고 또 하여도 깊이 새겨지는 문장이 많아, 더욱 추천하는 책 :)

📖 아름다움은 설계, 치수, 양식과 같은 규율하는 힘들에 의해 포착되고 고정될 수 있었다. 그리고 몇 가지 법칙으로 축약될 수 있었다. 치수와 비례는 어디에서나 아름다움과 미덕으로 인식됐다. 플라톤은 "아름다움, 비례, 그리고 진실은••• 하나로 간주된다"라고 썼다.

📖 우리는 함께 보낼 한평생만을 선물받았다. 우리의 삶은 쉬운 삶도 아니고 고통 없는 삶도 아니다. 우리는 그저 현실의 삶을 받았다. 무서울 정도로 일상적이면서 숭고한 삶. 나는 더 이상 다른 삶을 염원하면서 그 삶의 아름다움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 카일을 온전한 인격체로 바라보는 건 나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해서 내가 잃을 건 없다. 반대로 내가 사람들 앞에서 느끼곤 했던 그 모든 분노와 불안, 공포와 혐오는 나에게서 거의 모든 걸 앗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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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꼭두각시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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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 윌리엄 트레버는 데뷔 이후 휫브레드상 3회, 오헨리상 4회, 래넌상, 왕립문학협회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받았고, 다섯 번의 부커상 후보 외에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수차례 거론될 정도로 유능한 작가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영국과 아일랜드는 파국을 맞이한다. 증오하는 영국을 지키고자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야 했던 아일랜드인이 전쟁이 끝난 후,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독립전쟁에 나서자 영국은 이들을 진압하고자 군대를 파병한다.

이러한 혼란의 역사적 시대에도 전통적으로 아일랜드 민족주의자들을 지지해온, 영국인과 아일랜드인의 혼인으로 결속된, 국경을 초월한 사랑으로 탄생한 윌리의 퀸턴 가문은 아일랜드의 소도시에서 대를 이어 존속한다.

그러던 중, 고조되는 전쟁 속에서 아일랜드의 독립전쟁을 막고자 영국이 파견한 군의 스파이가 퀸턴가의 나무에서 교수형에 처해 발견되고, 그 이후 보복을 위해 퀸턴가를 급습한 군에 의해 퀸턴가의 독자 윌리는 여동생과 아버지, 퀸턴가의 구성원 전부를 잃게 된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예술 그 자체이며,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 끝이 비록 비극일지라도 일생에 저토록 애절하게 누군가를 사랑해보고싶다는 바램이 생기는 책이었다.

비극이 닥쳤을 때 어떤 선택을 하게될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 아련한 책 :)

📖 지난 수많은 세월 난 종종 당신이 가까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눈을 감으면 일요일 교회에 있는 당신 모습이 보였다. 당신의 파란 드레스, 모자 끈에 달린 조화 장미. 의자 너머로 당신을 흘긋 보았다. 나 자신을 어찌할 수 없어서, 데렌니 씨가 팬지 고모에게 눈길이 머무르는 걸 어찌할 수 없는 것처럼.

📖 모든 두려움과 도덕이, 세상의 모든 잣대가 내게서 사라졌다. 난 아무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당신이 알아야 한다는 것 말고는,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알면 당신이 적어도 약간의 위안을 얻을지 모른다는 것 말고는. 난 램프를 화장대에 올려놓고 당신 이름을 불렀다.

📖 당신이 허락하지 않았지만 난 지금 나의 선택을 당신이 비난할 거라고 생각지 않았다. 우리 둘이 어디에 있든 우리의 사랑은 여전히 여기에 있었다. 모든 것을 변화시킨 일부분의 진실에도 불구하고 난 그 사무실에서 나를 둘러싼 사랑을 느꼈다.
- 이 서평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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