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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조금만 - 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
이충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평점 :
<질문은 조금만>은 질문은 가장 중요한 인간의 조건이며, 사람과 사물과 사건, 그 이면의 것을 언어의 힘으로 포획하고자 하는 욕구, 거기에 초유의 문장이 곁들여진다며, 모든 사람은 고유의 언어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 이충걸님의 인터뷰집이다.
18년간 <GQ KOREA>의 전 편집장이기도 했던 그의 프롤로그조차 나는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정말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 글자도 놓치고 싶지 않은 글이었다.
최백호, 강백호, 법륜, 강유미, 정현채, 강경화, 진태옥, 김대진, 장석주, 차준환, 박정자까지 11인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이름만 들어도 대개 알만한 사람들이지만, 이렇게 한 사람씩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 마인드에 대해 접하는 것은 생소한 만남이었다.
내가 느낀 11인의 공통점은 평온함 속에 강인함이 느껴졌던 것 같다. 상황에 따른 불안을 넘어서는 여유로움과 평온함이 느껴지면서도, 그 속에 있는 각자의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사색에 자신의 해석을 덧붙이고, 기호를 곁들이고, 마지막 순간에 그것들을 조직했다는 말 그 자체가 이 책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었다.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내면의 깊이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지금껏 읽었던 인터뷰집 중에 가장 의미있었다.
이 책을 덮자, 11인의 이야기가 마음 속에 새겨진다. 낭만에 대하여가 듣고싶어지는 시간이다. 오랜만에 마음 속 깊이 담기는 뜻깊은 책을 만났다.
📖 그들의 이야기는 희망 대신 도그마를 재생산하는지도 몰랐다. 양초 심지에 붙은 불꽃처럼, 도그마가 깊이 새겨질 때 희망은 흔들릴 것이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덧없음 속에서. 그러나 음악을 그토록 달콤하게 만드는 것은 연주자가 영원히 연주할 수는 없다는 사실 아닌가?
📖 나는 곧 알게 되었다. 그들이 들려주는 것은 표현의 방식이 아니라 표현의 목적이라는 것을. 모든 것이 전적인 실망과 사라지는 욕망에 달려 있다 해도, 이렇게 나약한 인생의 한 코너에 그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 그가 이해한 세상이 물리적인 것이든 아니든, 인생은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의 몫. 결국 자기가 이해하는 풍경의 아름다움만이 스스로를 건져 올릴 것이다. 노자 같은 생존법으로 피겨 정글북의 모글리가 된 소년이 그런 것처럼.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