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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온한 밤을 빈다
시로 지음 / 안밤 / 2022년 7월
평점 :
절판
오래 쓰겠다는 시로 작가님의 손글씨로 시작되는 책, <안온한 밤을 빈다>
한쪽 면은 시로, 나머지 한쪽 면은 그 시에 관한 글로 이루어진 이 책은 첫인상부터 왠지 모를 따스한 느낌은 준다. 자신의 문장이 독자의 밤에 닿아 자신의 밤보다 독자의 밤이 더 편안하길, 그리고 자신의 위로로 모든 사람들이 안온한 밤이 되길 바라며 쓴 책이다.
이름 모를 사람의 안온을 빌어준다는 것, 이 자체만으로도 시로 작가님은 이미 우리의 마음 속에 위로를 건네준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로해주는 시의 힘이라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 책에는 위로를 해주는 시도 있었지만, 사랑 혹은 그리움이 짙은 시들도 많았다. 사랑의 대상이 꼭 이성에 한정되어있지 않다는 점도 좋았다. 요즘 시들은 너무도 이성에 대한 사랑만을 두드러지게 표현하는점이 아쉬웠는데, 시로님은 가족에 대한 사랑도 많이 담고 계시고, 미래, 그리고 자아에 대해서도 담고계셔서 좀 더 포괄적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매번 사랑에 관한 글을 읽다보면,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각자의 사랑마다 모두 다른 모양에 다른 느낌이기에, 쉽게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그러한 감정을 지나온 길은 같으니까 그 언어들을 깊이 간직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시로 작가님의 시도 좋았지만, 내면의 깊이를 좀 더 느낄 수 있었던 글이 더 좋았다. 다음 책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작가님의 글을 좀 더 많이 접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시로 작가님의 에세이를 소소하게나마 바래본다.
안온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많은 생각들 중, 가슴 한 편에는 시로 작가님이 떠오르게 될 책 :)
📖 할아버지는
할머니 첫 제사를 지내고
정확히 한 달 후
할머니를 따라가셨다
그에게
남은 한 달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혼자 남은 고요한 두려움이었을까
아내 향한 재회의 설레임이었을까
📖 결국 인간은 사랑하기 위해 산다고 생각한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견디지 못할 것이 무엇이더냐. 무릇 그것이 죽음이라도. 나에게 죽음이 도래했다면 먼저 떠나간 내 사랑들을 보러 기꺼이 그 강을 건너가겠다.
📖 그리움이란 참으로 일방적인 감정이다. 상대가 나룰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떠나 오롯이 내가 상대를 그리워하는 마음.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나를 싫어하든. 당신이 나를 싫어하지 않든. 혹, 당신이 나라는 사람의 존재조차 잊고 살든.
📖 신께 부탁합니다
우리를 평행선에 놓아
다시는 나를 떠올리지 않고
다시는 나를 마주치지 않게 하소서
보고 싶다는 내 부탁은 들어주지 마시고
보기 싫다는 네 부탁은 들어주소서
그렇게 죽을 때까지
날 떠올리지 않게 하소서
📖 영원하다 싶을 때 가장 추악하며
부질없다 싶을 때 가장 아름답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소중한 모든 것을 앗아가며
가장 불행한 순간에
기꺼이 죽을 용기를 훔쳐간다
사랑
그 추악한 아름다움을 위하여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