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미국에 가지 말 걸 그랬어
해길 지음 / 텍스트칼로리 / 2021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극초반부터 너무 화도 나고, 슬펐다. 다른 사람도 아닌 형부가, 사기를 치리라고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맨 처음 책 제목과 형부가 사망했다는 글을 보았을 땐, 미국은 총기소지가 가능하니, 형부가 사고로 죽은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차라리 오히려 그 편이 더 낫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너무 허무한 일이 일어났다. 자신을 믿고 계약금까지 건넨 사람들에게 할 행동인가 싶었다. 무슨 이유든 간에, 나는 사촌 언니도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의 가족도 중요하겠지만, 그렇다고 잘 지내고 있는 한 가정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아들을 위한다는 건, 아무래도 이기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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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총은 이런 것이다. 사람들에게 가까우면서도 멀다. 사람들은 총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나와 내 가족에게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매일같이 사람들이 총에 맞아 죽지만, 나와 내 가족의 죽음은 한 다리 건너서 발생한다고 믿었다. 총에 둔감해진 덕에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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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9~p70 <일상 속 총격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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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최악의 소통 방법이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언쟁으로 인한 총기 사용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보지만, 그보다 더 한 이유라도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인데 쉽게 총을 사용한다는 것이 아직도 난 이해하기 어렵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총에 맞아 죽을지 모르는 공포감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둔감해지면 그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겪어보지 않아서 무어라 말을 할 순 없지만, 그 속에서 버텨내신 작가님과 가족분들에게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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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여행을 다니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부모님을 촬영했다. 핸드폰에 담긴 사진을 확인하니 형부와 함께 미국에 처음 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 찍혀 있었다. 윤기가 흐르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생기 없는 마른 장작처럼 메마른 낯선 얼굴이 있었다. 표정도 그때와 달리 무미건조하거나 지쳐 있어서 내가 알던 부모님의 모습이 아니었다. 나는 사진을 찍을 때마다 예전의 부모님이 목이 메도록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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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1 <이대로 돌아가는 게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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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시카고 강을 배경으로 아빠의 독사진을 찍었다. 잘 살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던 한 가장의 초상이었다. 아빠는 역광 속에서 웃지도, 울지도 않고 그저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나는 밀려오는 슬픔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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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4 <이대로 돌아가는 게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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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돌이켜도 그 때의 감정이 울컥 쏟아져 나올 수 있음에도, 작가님은 어쩌면 담담하게 이 글을 표현하신 것 같다. 감정이 많이 실리지 않은 글인데도, 책을 읽는 내내 대리로 느끼는 감정으로, 내가 화가 나고, 불안하고, 겁이 나는 일들이 많았다. 담담하면서도 미국 이민의 현실을 과장없이 그대로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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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미국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모두 화려하고 멋진 꿈을 꿀지도 모른다. 이 책은 미국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인 방향이 아니라, 그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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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대해서, 또는 이민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그리고 언어도 다른 위태로운 나라에서 어떻게 생존하였는지 궁금하다면 추천하는 책 :)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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