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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딸들 - 뒤라스, 보부아르, 콜레트와 그들의 어머니
소피 카르캥 지음, 임미경 옮김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중심으로 프랑스 대표 여성 작가들인 뒤라스, 보부아르, 콜레트의 삶을 그려낸 책이다. 세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았음에도 어린 시절에는 전능한 어머니에게 매혹되어 사랑에 빠진 눈을 하고 있다가 성난 사춘기를 보내고, 성년이 되어서는 한사코 어머니와 거리를 두었다. 그러면서 그 사랑에 대해, 대개는 견딜 수 없는 사랑인 터라, 각자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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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사람은 습관, 자라는 환경, 읽은 책, 동성애 경험 등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세 사람 모두 '빅 마더'와 마주한 상황에서 아주 어릴 적부터 피난처를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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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머니 이상의 어머니들은 세 작가가 글쓰기를 꿈꾸게 된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을뿐더러, 나아가 그들 각자의 고유한 문체에도 영향을 끼쳤다.
📖 "부모에게 자식을 사랑하라고 해요.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부모 대신 아이를 차지해버린다고." 등골이 오싹한 말이지만 일면의 진실이 담겨 있다. 그의 논리에서는 근본적인 진실. 애정결핍인 아이, 애정을 갈망하는 아이는 욕망하는 타인이 볼 때 활짝 열린 문이다. 타인이 나이가 훨씬 많더라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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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2 <2장 말할 수 없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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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년의 마르그리트에게 트라우마가 새겨질만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그녀의 어머니는 이 일을 비밀로 하고자 했다. 어머니에게 침묵을 강요당한 어린 마르그리트는 이중의 고통과 폭력을 당한 셈이다. 그 사건의 폭력의 희생자임에 동시에, 책임자라는 의식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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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뒤라스가 이 '범죄 현장'에 대해 쓴 글에는 "그 현장은 저절로 자리를 옮겼다. 나와 함께 자라났고, 한순간도 나를 떠나지 않았다." 라고 적혀 있었다. 비밀이라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가장 예쁘게 치장된 최악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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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본적인 관계의 형성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발생한다. 특히, 부모가 사랑을 주지 않는 아이일 경우, 가정 외에서 타인에게 마음을 뺏기기 쉽다. 즉, 애정결핍. 가정으로부터 발생한 결핍 현상을 타인으로부터 채우려 한다. 서로를 가장 신뢰하고, 사랑하고 아껴주어야 하는 부모와 자식 관계가 아닌, 그 부모의 자리를 다른 사람이 대체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우린 이런 불상사를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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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레트는 눈을 감는다. 어머니 시도는 편지에 이렇게 써보내곤 했다.
"내 사랑의 크기만큼 너를 껴안아 내 안에 품는다."
손을 잡아주는 이가 있다면 죽음은 아주 아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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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08 <영원한 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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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라스, 보부아르, 콜레트까지 세 작가는 모두 어머니들의 과한 집착과도 같은 사랑으로부터 벗어나고자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와 삶이 이 책에 담겨있다. 딸을 무척 사랑하거나, 과도하게 사랑하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사랑을 했으므로, 공통점이 생긴 세 작가의 이야기는 안타까우면서도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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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위해 글을 썼던 것일까. 아니면 글을 통하여 자신의 과거를 비추면서, 어머니께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일까. 나는 이걸 한 가지 방면으로만 보기 보다는 여러가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녀들이 추구하는 삶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원하는 대로 이루어 살아가고 있는지, 정답은 없겠지만 '빅 마더'를 둔 세 사람의 삶과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어머니와 그녀들의 삶이 궁금하다면 추천하는 책 :)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