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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흔한 인사말 ㅣ 책이 좋아 3단계
송미경 지음, 양양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1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설계된 완벽함이 주는 편리함과 낯선 풍경
요즘 인스타에서 1살 된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말하는 것 같은 영상이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였죠. 이 책에서도 태어나자마자 말을 하는 아이들이라는 설정 나옵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말을 할 수 있는 세상이라니,
부모의 입장에서는 솔직히 혹할 만한 설정입니다.

아기가 왜 우는지 몰라서 밤잠을 설치며 발을 동동 구를 필요 없이,
아이가 배가 고픈지 어디가 아픈지 정확하게 말해준다면 육아가 얼마나 수월할까요.
울음이라는 불투명한 신호 대신 명확한 언어를 가진 아이는
부모에게 큰 축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 속 아이들이 내뱉는 말들은 어딘지 모르게 서늘한 구석이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가 "바쁘시겠지만..."이라며 정중하게 사회성이 배어 있는 문장을 구사하는 모습은,
언어 능력을 넘어 인격마저 인위적으로 조립된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인간의 몸에서 태어났으니 분명 인간이지만,
인간 특유의 서툴고 날것 그대로인 모습이 사라진 자리에 놓인 정교한 예의는
오히려 '인간다운 느낌'을 지워버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설이가 오랜 침묵 끝에 건넨 투박한 인사는,
조작된 완벽함보다 더 귀한 생명 본연의 목소리처럼 다가옵니다.

느림과 서툼이 허락되는 세상을 꿈꾸며
'길'과 '들'의 모양에 매료되어 구분하지 못했던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처럼,
우리에게는 무언가에 순수하게 몰입하고 서툴러도 괜찮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미리 설계되고 정중하게 조작된 세상은 편리할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아이가 스스로 세상을 배우며 느낄 자리가 없어 보입니다.

아직 인사를 배우는 과정에 있는 우리 아기를 보며,
조금 늦더라도 아이가 직접 세상을 경험하고
건네는 한마디를 기다려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록 태어나자마자 말을 하는 세상처럼 편리하지는 않겠지만요.
그렇지만, 우리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 끝에
"안녕하세요."를 하게 되는 순간, 저는 너무 가슴이 벅찰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가 다 컸네! 하면서요.
『아주 흔한 인사말』은 우리에게 진정한 성장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서툴고도 아름다운 일인지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초등 고학년을 위한 '책이좋아' 시리즈 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