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여행자다 - 일상이 여행이 되는 습관 좋은 습관 시리즈 13
섬북동 외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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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을 떠나지 못한지가 오래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사태가 가속화됨에 따라 개인의 가벼운 즐거움을 만족시키기 위한 해외 여행은 사치가 되었기 때문이다. 모르는 동네를 가고, 알지 못하는 나라의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새로운 음식을 도전해보는 일을 좋아하며 낯선 이들이 가득한 곳에서 혼자 내버려져있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이런 사태가 재앙에 가깝다.

하지만 이를 어찌하리. 내가 바꿀 수 없는 사태에 대해 아쉬워해봤자 뭐하겠는가. 대신 이런 저런 아쉬움을 기리고자 책 시장에서는 여행 가이드북보다는 본인들의 지나온 여행기 쓰기, 여행을 가지 못하지만 어떻게 그런 기분을 되돌릴 수 있는지,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났던 건지, 여행이 없으면 안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의 성찰등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미 여행자다'도 그와 같은 맥락을 하는 책이다. 이 책을 덮고 나니, (전자책이라서 닫았다고 해야할까) 내가 여행할 때 중요시 여기는 가치는 어떤 것이었는지, 내가 여행 중 그것도 해외 여행을 유난히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일단 국내 여행은 나는 왕복 800km가 되더라도 집에 돌아올 수 있지만(다양성을 존중) 비행기를 타고 먼 곳에 가면 몇날 며칠을 모르는 곳에서 강제로 보낼 수 있는 이유가 된다. 그로 인해 더 딥한 일상을 버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할까.

그리고 아는 만큼 보인다며 가이드를 고용해 루브르 박물관과 바티칸을 갔던 기억도 좋았고, 파리에 가서 본 에펠탑도, 뉴욕의 타임스퀘어도 좋았지만 기차를 잘 못타서 내렸을 때 만난 드레스덴의 시골 풍경, 짐이 나오지 않아 빈 손으로 갔던 플롬의 밤, 우연히 만난 크라쿠프에서의 밤 공기가 가득한 석양도 잊지 못할 만큼 좋았다.

일단 세상은 넓고 아름다운 곳은 너무 많다. 하지만 최대한 체력이 있는 젊은 나이에 돌아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조금의 휴가만 있으면 밖에 나가길 애썼다. 1박 2일로 에코백 같은 너덜너덜한 가방을 넣고 일본에 다녀온 적도 있다.

어디를 가느냐가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거다.내가 원하는 지수들의 교집합이 늘어날 때, 나의 경우 사람이 없고 조용하며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져있다던가.. 우연히 발견했든 찾아가든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 순간, 내가 여행에 오길 잘했다는 마음이 폭발적으로 솟아 오를 때, 이런 벅차오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때가 온 다면 그곳이 어디든 상관없다. 요즘 드라이브를 하면서 우연히 아름다운 도로나 풍경을 발견했을 때도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순간을 나눌 누군가가 함께 있다면, 음, 나가고 싶지만 집에도 있고 싶은 이런 여러가지 마음을 만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혼자 있고도 싶지만 사람도 만나고 싶은 그런 기분 말이다.

사람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해져 오는 말인 것이 틀림없다고들한다. 그 정도면 이유가 있는 것이다. 방구석이면 어떻고, 고속도로 휴게소면 어떠며 길을 잃어 헤매는 것은 또 어떤가. 나는 지금 살아서 이 아름다운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에 충분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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