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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살인범, 특히 연쇄 살인범의 마음을 이해하려 애써본 적은 없다. 어차피 그들의세계는 나와 다르고 나와 이해할 수 없는 세계라고 생각했다. 책을 덮고 나니 더더욱 그것에 대한 확신이 짙어진다.
살아가면서살의라는 감정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도 또한 없을 것이다. 누구나 분노가 치밀거나, 나를 위협하는 일에 직면하면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 수 있다. 하지만그것을 실행하지 않는다. 그리고 설사 저질렀다 하더라도 한 번의 괴로운 실수와 오점으로 남아있을 뿐, 그것을 지속으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물론 아무리 실수여도 누군가를정당방위가 아닌 이유로 해쳤다면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사회는 살인자로넘쳐날지도 모른다. 그러한 여러 가지 역경을 헤쳐나가면서 살인은 저지르는, 사람을 사냥감처럼 지속적으로 죽이는 연쇄살인범의 마음은 보통 사람들의 그것과는 다른 종류의 문제일 것이다.
과연 사람을지속적으로 죽이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타고난 기질인 것인가 후천적으로 발달된 것일까?
흔히 사람들은그런 말을 쓴다. 무언가를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고. 연쇄살인마의 마음은 이와 같을 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살인이란 자신을위협한 자에게 해하는 정당방위도 아니며, 돈이나 명예 등 자신이 얻을 수 있는 목적을 위해서도 아니다. 우리가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여행을 가거나 하는 것처럼 즐거운 취미일 뿐이다.
이 책은주인공이 연쇄살인범의 마지막 살인이 누명이라는 편지를 받고, 그를 추적해나가며 달라지는 모습을 담은책이다. 연쇄살인범의 어린 시절에 연결된 사람들, 성인이된 후 알게 된 사람들과 만나가며 그가 거대한 악마로 커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처음에는마지막 희생자의 패턴을 조사해 가며 그의 누명을 벗겨보려 했지만, 점점 살인범의 과거를 파헤쳐 나가는도중에 충격적인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그의 악마적인 내면과 폭력적인 모습,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은 모두 그의 기질과 어릴적 환경이 합쳐져 발산된 것이다. 이미 그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살인범의 기지와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단지어린 시절이 불우하다 또는 학대받고 자랐다고 모두 그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며 그것은 타고난 그의 기질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런데 왜 굳이,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여놓고 마지막 희생자는 자신의것이 아니라며 누명을 벗으려 노력하는 것인가를 쫓아가며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그를 추적해나가면서 주인공은 자신이 살아온 발자취를 뒤돌아보고,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폭력성과 직면하게 된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작은 불씨에 그는 불을 붙인 것이다. 하지만그것은 타오르기 전에 꺼지게 되고, 현실으로 다시 돌아온 주인공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나가야 되는지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기질만으로는또는 불우한 가정환경만으로는 그러한 연쇄살인범이 될 수 없다. 그것은 그저 살인범의 변명일 뿐이다. 타고난 기질을 발현할 수 있는 환경, 그것에 대한 의지가 모두 종합되어하나의 악마를 탄생시킨 것이다. 남을 괴롭히고, 해치는 일을계속해 나가며 즐거워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에서 꼭 격리해야 하는 병든 잘못된 돌연변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