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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소녀
세라 페카넨.그리어 헨드릭스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평점 :
두꺼운 소설책을 좋아하는 나지만, 익명의 소녀의 압도적 두께에 쉬이열어보기는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잠을 자지 못할 만큼 빠져들어, 3시간 동안 내려놓지 못했다. 그만큼 몰입도가 강력한 소설이었다.
이야기는 돈이 필요한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제시카 패리스가 고객의 전화를 우연히 듣게 되고, 고객 대신에 도덕성에 대한 연구에 참여하게 되며 시작된다. 500달러라는금액은 아픈 동생을 부양해야 하는 그녀에게는 절실한 금액이었다. 나는 사실 부양할 가족도, 키워야 할 아이도 없다.
하지만 늘 돈에 쫓기며 사는 보통 사람으로써저러한 기회가 있다면 참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단지 돈이 필요해서는 아니지만 알지 못하는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솔직히 이야기하는 상황이 싫지 않다고 할까. 그리고 내가 외면해왔던 나의 내면적모습에 대해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를 아는 사람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는일은 굉장히 어렵다. 내가 털어놓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나에 대한 섣부른 잣대나 판단이 생겨서 상대방이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제시카는 실즈박사가 이용하기 쉬운 많은 조건들을 가지고 있었고, 박사의목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연구 피시험자로 참여하게 된다. 제시카가 실즈 박사를 만나기 전에 그녀가알아본 정보와 실제 박사의 정보가 달랐을 때의 놀라움, 그리고 미리 정보를 가지고 박사를 만났을 때의괴리감에 대해 박사가 눈치채는 부분이 백미다.
이 책은 제시카와 실즈 박사가 교대로 일기 형식 처럼 교대로 1인칭시점으로 자신이 본 것만을 서술하는 모양으로, 상대방의 생각에 얼마나 근접하게 다가갔는지, 상대방의 생각을 얼마나 알아채고 앞질러 생각하는지를 속도감있게 보여준다. 다음장이 궁금해서, 한 사람이 생각한 것이 다음 챕터에서 들어맞는지 추측하는 과정이 즐겁고 박진감 넘친다.
모든 것을 가진 것 처럼 보이는 실즈 박사. 똑똑하고 외모까지 완벽한 그에게는 갖지 못한 단 한가지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믿음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믿음이깨어지면, 많은 것을 추측하게 되고 그 마음은 서로를 병들게 한다.
한번 바람 피운 사람은 계속 피우게 되어있다는 제시카의 말이 박사가 그녀를 단독 피실험자로 들인 이유일 것이다 제시카의 생각은 한번 깨어진 믿음은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입장이고, 그 것을 증명하고 싶은 박사는 끊임 없이 자신이 설계한 상황에 실제 사람이 투입되었을 떄의 상황을 시뮬레이션과실제가 맞는지 확인해가며 집착해가는 모습은 점점 자제력과 이성을 잃게 되고, 결국 파국으로 이끌게 된다.
요즘 유행어로 쓰이는 티키타카처럼 두 명의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도망치고 쫓는 모습의 합이 매우매력적인 소설이다. 계속 읽다 보면 결말이 궁금해지지만, 결말에못지않게 서로의 합이 대단히 훌륭하다. 누구든 이 책을 펴면 다 읽기 전까지는 쉽게 잠들지 못할 것이다.